
14 12월 가을이 왔는데 내 영혼이 쭉정이가 될까 두렵다.
가을이 왔는데 내 영혼이 쭉정이가 될까 두렵다.
오랜만에 돌아온 반가운 지인이 문 두드리며 들어오듯 가을은 그렇게 왔다.
가을 특유의 바람이 어제부터 사무실 창문을 넘어 나의 살결을 노크하였다. 나의 입에서 ‘아! 가을이다!’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느 하나 허술함 없는 계절이 오고 산야에는 과실이 툭툭 터져 세상의 생명과 교감을 하는데 우리들의 내면은 퍽퍽하기만하다. 뉴스 어디에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넉넉한 이야기를 접하기가 어렵다. 지탄 받는 모대통령의 말처럼‘조금만 더 버티지’식의 건강한 상식이 무너진 존재들이 이 가을에도 정치,권력,경제 여기저기에 추한 영혼의 자태를 드러내며 꿋끗하게도 서있다. 가을은 왔는데 나의 내면은 지난 여름을 보내며 이리저리 흐트러진 상태이다. 이를 어쩔꼬.
영혼이 없는 존재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불행한 시간이다. 스스로의 말을 짓밟는 영혼이 없는 존재들은 오늘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그럴듯한 말로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거지근성으로 한때의 배고픔과 바람피할 자리를 찾아 기웃거린다. 영혼이 없는 뜨내기들과의 시간은 불행하다.
더욱 슬픈 것은 나 자신이 영혼이 안식할 자기질서를 잃어버린 채 헤매는 것이다. 가야할 곳은 잃어버리고 버려야 할 것은 버리지 못하며 보내야 할 것은 보내지 못하며 행동해야 할 것은 행하지 않으며 생각과 말로서 자신의 가치를 짓 밞는 영혼 없는 행태 속에 투덜거리며 걸어가는 내 모습을 발견하였을 때 슬픈 것이다.
가을이 왔는데 나는 두렵다. 가을은 저리도 가볍고 저리도 따뜻하고 저리도 실하게 내 곁에 다가오는데 가을을 닮은 영혼을 내안에 키우지 못할 것이 두렵다.
가을은 창가 내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한다. ‘’친구여! 무거움은 날리게! 어둠은 버리게! 버릴 것은 버리고 보낼 것은 보내게! 그 자리에 우리의 가을이 있다네. 실한 영혼이 익어가는 우리들의 가을이 있다네.“
가을이 몰려 온 날,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나를 들여다 보았다. 시집도 펼쳐보았다. 차도 마셨다. 삶은 가을처럼 견디고 이기면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야 하는 기쁨을 준다. 저 푸른 하늘처럼 삶의 퍽퍽함이 녹아내리는 모두의 가을이 되길 바랄뿐이다.
삶의 형식을 내려놓고 삶의 내용으로 풍만한 알밤 같은 가을인생이 되길 기대하여 본다.
2016년 9월 20일
하카 김 익 철 hak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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