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걸어온 그대는 꽃소식을 들을 자격이 있습니다.

01 8월 겨울을 걸어온 그대는 꽃소식을 들을 자격이 있습니다.

겨울을 걸어온 그대는 꽃소식을 들을 자격이 있습니다.

요즘은 잠들기 전 6.2전사를 읽고 있습니다. 이 땅의 이 곳 저곳에 깃든 꽃다운 나이들의 주검이 황토흙으로 변하고 두엄으로 변하여 삶의 계속성을 이어가는 후대들의 토양이 되었음을 생각해보자는 의도였습니다. 무심히 지나치고 때로 경치 좋아 돌아보던 이 땅 곳곳마다 하소연 한번 못한 채 ‘어머니’를 외치며 사라진 그 꽃다운 20대들이 누웠음을 발견합니다.
역사를 차가운 문자의 기록으로만 이해하고 그 당시의 살아간 사람들의 펄떡거리는 심장과 뜨거운 피로 느끼지 못한다면 역사는 죽은 역사일 것이고 역사는 반복의 악순환에 빠질 것입니다.
이 겨울의 극장가의 화제는 ‘국제시장’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입니다. 모두 다 차가운 북풍한설의 시간을 소설처럼 살아서 발전과 사랑을 만들어 온 이 땅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6.25가 터지자 10여세의 나이로 까까머리에 쌀 한되를 이고 아장 아장 부모를 따라 부지런히 남으로 남으로 피난 갔던 살기 위하여 칭얼거림도 포기했던 그 세대가 60년대에는 독일의 광산으로 떠났습니다. 그 세대가 60년대 말부터는 월남의 전장을 누볐고 돌아와서는 중동의 사막으로 달러를 벌러 떠났었습니다. 60년의 가난 속에서 태어났던 세대가 80년대의 민주주의를 이뤘고 그리고 그 세대도 이제 조용히 뒤로 물러나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자연의 봄이든 인간의 봄이든 봄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겨울을 보내고 꽃샘 추위마저 보낸 뒤에야 꽃은 꽃을 필 자격을 얻습니다. 지난해는 을씨년스런 침묵이 넘치던 겨울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시작된 무거움이 짓누르던 한 해가 지나갔습니다. 묵묵히 깊은 침묵 속에서 걸어온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봄을 맞이 할 자격이 충분합니다. 겨울은 꽃을 품고 있고 시련은 뜻을 품고 있습니다.
지나온 시간이 어떤 시간이었든 우리는 그 삶의 지난함속에 숨겨져 있는 희망의 몽우리를 놓쳐서는 안됩니다.
추운 날 웅크린 고개를 들어 길가 담장 옆에 서있는 목련을 보시기 바랍니다. 벌써 목련은 꽃몽우리를 내밀고 있습니다. 추워도 꽃은 피고 춥기에 꽃은 핀다는 사실을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듯 그 목련은 움추린 우리들을 무심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2015년도에는 지난해의 웅크림과 시련이 도약과 꽃 됨으로 나퉈 나는 한해가 될 것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희망의 믿음 속에서도 잠시 마음을 나눠 힘이 없기에 하소연도 못하고 살아가던 솜사탕을 팔고 대리운전을 하며 가정을 이끌던 수 많은 서민들의 아픔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힘이 없는 자들은 슬픔조차도 그저 조용히 눈물로 삭여야만 했던 현실들, 누군가의 기쁨과 슬픔은 누군가의 슬픔을 밟고 서야하는 현실들이 무겁게 존재하였던 2014년도였습니다. 2015년도에는 그분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활짝 피어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행복한 한해 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충분히 봄을 보고 꽃을 볼 자격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희망의 불씨를 가슴에 품고 묵묵히 겨울을 헤치고 걸어온 나그네이기 때문입니다.
2015년 1월 2일 눈덮힌 남한산성자락에서
하카 김익철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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