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고향에서 나를 내려 놓다.
고향에서 나를 내려 놓다.
‘별빛처럼 쏟아지는 풀벌레 소리.
열려진 창틈을 타고 새벽 4시, 풀벌레소리가 쏟아져 들어 온다.
여기가 내 고향이구나 하는 생각이 쏟아져 들어 온다.
그래 바로 저 소리야. 변하지 않는 고향의 소리‘
지난주에는 이제는 어엿한 장남이 되어버린 30개월 된 아들 동영이와 단둘이 고향을 찾았습니다. 갓난 둘째와 씨름을 하는 아내의 허락을 득하고서 아들과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하는 부자간의 1박2일의 짧은 여행. 부자는 개울을 찾아 까르륵거리며 물속에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마지막 휴가를 마치고 귀가하는 차들로 제천의 박달재 아랫길마저도 밤늦도록 밀리고 그래서 결심을 했지요. 오늘은 시골집에서 자고 가자고. 물론 이제는 막내 동생 가족만이 지키는 고향의 집이고 정확히 말하면 옛집은 사라지고 그곳에 동생이 새로 지은 동생의 집이었지요. 아들은 밤이 깊어지자 뭔가 불안한 듯 엄마를 찾습니다. 간신히 자동차와 기차를 그려주며 달래서 재우고 나도 오랜만에 고향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잤을까요. 고요한 침묵속에 스며오는 달콤한 선율에 잠을 깨고 말았습니다. 아들은 낮의 물놀이가 피곤한 듯 아빠 팔을 베개 삼아 잠들어 있었고 하늘에는 반달이 오락가락 하고 있었습니다. 그 깊은 침묵 속에서 발견한 것은 풀벌레들의 합창, 갑자기 내 가슴 한 켠이 녹아내리더군요. 아 내가 여기에 이렇게 있구나. 모든 것은 변하고 소중한 것은 사라지는 시간 속에서 모든 것은 여기에 이렇게 존재하고 있구나 하는 감격이 새벽 4시에 풀벌레 소리의 밀물과 함께 몰려 왔습니다. 급히 메모지를 찾아 비몽사몽간에 그 느낌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시간의 발견이었기 때문이었지요. 어쩌면 소중한 그 모든 것들은 다 거기에 그렇게 존재하는지도 모릅니다. 단지 우리들이 변하였을 뿐이지요. 세월의 시간속에서 탐욕과 집착이란 회전목마를 타고 세월이 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잠시나마 탐욕과 집착의 회전목마에서 내려 세상을 돌아 보면 세상은 조용히 앉아서 우리들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습니다. 나를 나로서 내려 놓는 소중한 시간이 휴식의 시간일 것이고 휴가의 시간일 것입니다. 나는 그 시간을 아들과 단둘이서 함께 한 고향집 여행길의 새벽 4시에 발견했던 것입니다.
지난 여름, 많이 내려 놓고 오셨는지요. 몰지각한 어떤 사람들은 쓰레기만 자연에 버려놓고 왔다는 뉴스도 들리는 시간입니다.
황토물이 넘실대는 경안천에서 김익철 배상(0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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