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그냥 걸어가라!

27 4월 그럼, 그냥 걸어가라!

그럼, 그냥 걸어가라!

 

머슴아들만 둘이다 보니 아이들이 클수록 아내의 스트레스도 비례해져 가는 것 같다. 워낙 여자와 다른 패턴을 타고난 것이 남자인지라. 큰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보니 밥상머리 잔소리도 늘어만 간다. 아침에도 큰아이가 한마디를 했다가 아빠의 강의를 들었다.

“너 어제 머리 감았니?” ….. ‘엄마가 머리 감으라고 안했잖아요?’ ……………………… 잠시 침묵이 흐르고 훈계는 강의가 된다. 요는 이렇다 ‘아들아. 삶의 주인은 너다. 아빠 엄마가 초등학교 때도 그랬지만 스스로 하는 것이 항상 중요하다고 했지. 너희는 아빠 엄마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빠, 엄마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단지 옆에서 스스로 하는 것을 도와 줄 수 있을 뿐이지. 너의 주인은 너고 네가 네 인생의 주인이라면 스스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 알겠니. 이런 이야기가 아침밥을 먹으며 오갔다. 아이는 고개를 끄떡이고 오학년 막내는 묵묵히 밥을 먹는다.

나는 세상의 시간속에서 나약한 사람들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나이가 먹어도 삶을 두려워하고 멈춰 서려고 하고 세상 탓만 하는 정신의 주체성이 성장하지 못한 그런 사람들을 많이도 보아왔다. 그런 사람들이 업을 이룬 경우는 없었다. 반면교사로 그런 부류를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긴장을 얻지만 이는 아이들 교육에도 중심 메시지로 자리를 잡아왔다.

몇일전이 세월호 2주기였다. 비가 내린날 광화문에는 추모의 물결이 넘쳤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사회에 수 많은 화두를 던졌다. 상황의 수준에 따라 각기 다른 성장의 화두를 던진 사건이었다. 세월호 사건이후 모든 학교에서 체험수업, 수학여행들이 전면 중단되었었다. 단지 안전이라는 화두에 몰입한 결과였다. 그러나 내막을 살펴보면 아이들의 안전이 아니라 아이들과 관련된 기성세대들의 자리에 대한 안전이 핵심을 이루는 것을 간파할수 있었다. 한마디로 보신주의가 팽배한 시대를 살아남은 아이들은 지나왔다. 세월호를 전후로 한 그 몇 년여의 아이들이 앞으로 거친 세상의 파고 앞에 어떤 현상을 보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학강단에서 만나는 그 시대의 아이들 중에서 나약한 아이들이 많이 발견되어지곤 한다.

세상이 아이들에게 주어야 할 가치는 수동적 안전이 아니라 적극적 도전의 가치가 아닐까. 전투에 나서는 군인에게 안전하게 싸워라하는 지휘부의 주문과 같은 일들이 지금 우리시대에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기우이기를 바랄뿐이다.

아이들을 중간에 내려주고 사무실에 도착했다. 전화가 왔다. 큰아이다. “아빠. 깜빡하고 버스카드를 충전하지 못했어요. 아빠가 저좀 데려다 주면 안돼요.” ……….큰아들의 요청에 답변을 한다. ’그럼, 그냥 걸어가라‘……………….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학교에 잘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단다.

 

2016년 4월 19일

꽃비내리는 남한산성자락에서 김 익 철

대한민국에 건강한 역동성이 완성되는 그날까지” hak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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