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생을 백척간두처럼

01 8월 금생을 백척간두처럼

금생을 백척간두처럼

아침 일찍 사무실에 나와 명상을 한다. 화목난로에서 나무 타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그 온기와 소리에 집중하여 본다. “탁.탁,타,타.탁” 치열한 자기 던짐의 삶, 즉 열정의 삶이 무엇인지를 화목난로가 내게 보여준다.  어느 골짜기에 누워서 눈비를 맞고 바람소리를 들으며 젖고 말리기를 수 많은 시간, 어느 낭인의 손에 들려와 그 세월을 타는 저 화목처럼 사는 것이 삶의 소명이란 생각이 스며들어 온다.

저 화목은 금생(今生)을 살고 있다. 우리는 금생을 지나간 시간, 현재 시간, 올 시간을 통틀어 금생이라고 외친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 보면 금생은 지금 바로 이 순간뿐이다. 풀어 헤친 금생의 개념이 과거에 메이고 미래로 부담을 돌리며 나의 인생을 긴장해제시키고 질서를 잃게 만든다. 금생을 백척간두처럼 사는 것은 명확한 삶의 진실인 지금 이 순간에의 철저한 집중, 애정, 열정, 즐김의 삶이다.

금생을 백척간두처럼 살아갈 일이다. 저 화목이 바람과 눈에 금생을 철저히 맡기다 어느 낭인의 사무실 화목난로 속에서 열정적으로 자신을 다 태우듯이. 저 자연의 진리처럼 오늘 나는 금생을 살고자 한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지금 바로 이 자리. 이 마음의 자리에서 ‘탁,탁’ 타는 소리를 내며 오늘을 태워 보자. 물 먹은 나무처럼 어제, 내일에 책임을 전가하지 말자. 바짝 마른 화목처럼, 바짝 마른 긴장으로 오늘을 살자. 금생을 백척간두처럼 살자.

2013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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