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눈이 부시게 햇살은 빛나고 산은 연두에서 초록으로 내닫는 계절입니다. 이 아름다운 4월은 눈물을 품고 무심히 여름으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아름답다. 아름답다라는 말속에 아리다. 아리다. 눈물겹도록 아리다란 말이 더 절실히 가슴속 저 밑바닥에서 솟구치는 2014년의 대한민국, 그리고 이 땅의 4월입니다.
30대 후반 무렵에 아버지를 땅으로 보내드리던 날, 그 슬픈 날에도 하늘은 쨍쨍히 맑고 여기저기에 꽃은 만개한 채 숲에는 매미소리만 가득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슬픈이 들에게는 이 화려함은 더욱더 산자들을 슬프게 하는 풍경입니다.
저항시인으로 유명한 신동엽 시인은 ‘껍데기는 가라’라고 하였습니다.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이 눈부신 4월에 벌어진 대한민국의 상황을 바라보며 오늘도 여기저기서 숨죽인 채 시간의 흐름을 살피고 있는 껍데기들이 떠오릅니다.
햇살 눈부신 푸른 날에도 눈물을 삼키고 사랑하는 이를 땅속에 묻어야하는 그 담담하고 지엄한 소명의 알맹이를 버린 채 껍데기 리더로서 배를 몰았던 그들처럼, 가만히 들러 보면 완장만 찬 껍데기들이 여기저기에 차고 넘치는 시간입니다.
SNS에 넘치는 껍데기, 거짓 인터뷰를 하는 껍데기, 역할에 맞지 않는 처신을 하는 현장의 껍데기, 주둥아리 정치를 하는 껍데기들, 유월이면 지자체 선거가 돌아옵니다. 거들먹거리는 저들에게서조차도 알맹이가 안보이니 참으로 슬픈 2014년입니다.
어린 꽃들이 왜 깊은 바다에서 헤맵니까. 이 땅의 말로 살고 넘치는 말로 존재감을 만드는 껍데기들을 그 바다에 떠내려 보내지 않고 어린 꽃들이 바다 속에서 헤매는 이 시간은 무슨 뜻인가요.
제발 이 4월에는 저 껍데기들은 가고 어린 꽃들이 배시시 웃으며 차가운 물살을 거두고 올라와 세상에 희망은 있고 기적과 정의는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길 간절히 빌어봅니다.
2014년 4월 24일
눈부셔서 아린 날에 세월호의 꽃들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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