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꼴이 얼을 따라오지 못하는 시대
2009년의 대한민국. 길거리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넘쳐나고 새롭게 출시되는 자동차의 디자인은 소비욕구를 동하게 만든다. 얼마나 좋은가? 미인이 넘쳐나고 환상적인 디자인으로 무장한 차량들이 길거리를 누비며 우리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자부심을 키우니.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마음은 그리 즐겁지 않은 것이 솔직한 오늘날의 심정이다.
얼마 전 모신문사에서 전문성형의를 통하여 서울의 강남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여인들을 관찰조사해보니 절반이 얼굴을 고쳤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꼴이 빛나는 사회 그러나 어둠의 이야기가 넘치는 시대. 교양보다는 재치가 주목받는 시대, 내면보다는 외면이 대접받는 시대. 지금 우리를 휘감는 거대한 그림자일 것이다.
저번주에는 지방출장을 가면서 운전을 교대로 하는 바람에 뒤에 앉아서 갈 기회를 몇 번 얻었다. 무례함이 판치는 도로, 어떤 죄책감도 없는 한국의 도로 문화. 비쌀수록 클수록 그 무례함은 인간의 기대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나는 뒤에서 돌아 앉아 뒤에서 달려 오는 차들과 그 차를 조종하는 사람들을 관찰하여 보았다. 긴장과 불안과 거친 마음의 그림자가 뒤 덮은 운전자들.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보다 안정된 따뜻한 인간의 얼굴을 찾아 보기가 어려웠다.
비싼차,큰차, 고급 외제차가 달려 오지만 그 꼴에 어울리지 않는 얼굴을 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얼이 빠져 나가고 그럴듯한 꼴이 지배하는 사회가 지금의 한국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얼이 빠지고 얼이 실하지 않은 걸어다니는 시체와 같은 영혼에 금은 보화로 오색옷을 만들어 입힌들 그것을 인간이라 할 수 없을 것이며 금관을 쓴 살아있는 미이라라 할 것이다. 그런 미이라가 인간의 아름다움과 자부심은 만들어 낼 수가 없을 것이다.
세월이 빨리 변할수록 꼴에 나의 마음이 흔들릴수록 그것을 지배할 나의 얼을 꽉 쥐고 바라보고 다듬어 갈 인간의 기품이 필요한 시대이다.
꼴값하는 시대가 아니라 얼값을 하는 시대. 과연 우리는 그런 시대를 향유하다가 사라질 수 있을까?
2009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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