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공의 시간

01 8월 내공의 시간

내공의 시간

어느 해보다 붉은 단풍이 들더니 비가 몇 번 내렸다. 낙엽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불더니 겨울은 산의 속살을 드러내 보이며 다가왔다. 여름 내내 존재감을 잊고 살던 푸른 잣나무만이 그 허허로운 성장이 사라진 숲속에 우뚝하다.

대선이 얼마 안 남았다. 참으로 재미있는 대선이다. 후보로 나선 세 사람의 색깔과 이력이 재미있는 풍경을 낳고 있다. 대선의 풍경이 흡사 마라톤과 숏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 같다.

초반에는 신예들이 기세 좋게 앞으로 나서지만 결국은 노련한 내공을 가진 자들이 거침없이 마지막 마무리를 짓는 풍경. 실력이란 것이 의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공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광경들의 반복.

내공(內攻)이란 것이 무엇일까? 내공이란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올해는 임진년. 임진년의 국난을 이겨낸 이순신장군이 제독의 위치에 오른 것은 그의 나이 47세, 오늘날의 수명나이로 치면 70의 나이쯤이었을 것이다. 낙방, 변방, 음해, 백의 종군, 말단보직의 시련 속에서 비로소 내공이 만들어지고 그 힘은 7년간의 병화 속에서 빛을 발휘하다가 장엄하게 사라져간다. 47년간에 걸친 내공 축적의 시간, 7년의 내공 발휘의 시간. 내공은 그의 가치(core value), 그의 전략(strategy), 그리고 지속적 실행(implementation)을 통하여 완성이 된다.

이 뜨겁게 타오르던 단풍이 지나가는 계절, 세 후보의 내공 싸움이 대단한 시간, 나의 내공은 어디쯤 있을까. 나의 가치, 나의 전략, 나의 실행을 들여다 보게 하는 시간이다.

2012년 11월 20일
경안의 강가에서 김 익 철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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