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눈이 내린 새벽의 멈춰선 풍경 앞에서
새벽에 잠에서 깨었다. 거실로 나와 어제 나에게 던진 질문을 이리 저리 생각하다가 한 가닥 잡힌 생각을 메모지에 급히 정리를 하고 그냥 쓰러져 잠이 들었다.
깜짝 놀라 깨어 보니 거실 밖 산이 하얀 눈을 속살 여기저기에 맞은 채 앉아 있었다. 흡사 선정에 든 스님과 같은 침묵의 풍경 , 나도 멍하니 앉아서 그 침묵에 동참하고 있었다.
그 때 청둥오리 한 마리 날아간다. 오리 한 마리의 비상이 침묵의 풍경을 깬다. 비로소 모든 것은 침묵에서 활기로 느껴진다.
순간 오리 한 마리의 비상을 보며 이런 생각을 가져 본다. 아무리 풍경이 아름답더라도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지겨움의 풍경일 것이다, 변화는 삶의 생기와 긴장을 준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오늘은 어머니 돌아가시고 첫 기일, 김 수환 추기경님 땅으로 돌아 가시는 날. 당신들 아름답게 모든 것 주시고 가셨음에 그 또한 지나고 보면 아름다운 내려 놓으심이었고 아름다운 변화의 시간. 문제는 아직 꾸물 꾸물 움직이는 존재들의 아름다운 변화.
20만명이 추기경님의 시신을 찾아 추모를 했다고 한다. 아름다움 감동이 있는 기다림의 풍경이 여기 저기서 펼쳐졌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복원할 아름다움의 DNA가 바로 명동성당 언저리에서 펼쳐진 그런 풍경일 것이다. 묵묵히 새치기 없이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 화장실을 개방하는 상인,차를 대접하는 사람들. 절제 된 침묵.
그래서 그분 말씀대로 우리는 더욱 서로 감사하고 사랑해야 하나보다.
멈춰진 풍경보다는 변화가 있는 살아 있는 풍경이 아름다운 것, 그 풍경이 우리가 잃어 버린 우리들의 옛 풍경으로서 변화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명동성당의 기적같은 풍경으로 부활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아침에 그런 기대를 해 보는 것은 과욕일까.
2009년 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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