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지나 온 한철의 잎새가 아니었습니까?

01 8월 당신도 지나 온 한철의 잎새가 아니었습니까?

아침 산책길에 아파트 벤치에 앉아 숨을 가다듬는다. 문득 눈앞에 수북이 쌓인 낙엽더미가 보인다. 놀이터를 둘러 서 있던 나무들이 벗어버린 낙엽을 아저씨가 쓸어서 모아놓은 풍경이었다.

모여있는 낙엽의 더미에서 사람들과 생명들의 모습을 보았다. 이런저런 모양의 낙엽들, 저들도 한때는 아름답고 푸르던 삶이었으리라. 한시대의 성장을 위하여 해를 바라보며 열정으로 바람에 흔들리고 비바람에 맞서며 나무란 시대의 성장을 위하여 헌신하던 잎새들, 오늘 여기에 누워있다.
잘난 잎 못난잎, 꼭대기를 채우던 잎, 낮은 곳에 위치하여 어린아이들의 희롱거리가 되던 잎, 모두들 오늘 이렇게 여기에 누워있다.
작고 벌레 먹은 잎조차도 그들이 있었기에 저 시대의 나무는 성장을 할 수가 있었다.

크고 예쁜 잎 하나를 골라서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유리한 위치에서 나무와의 소통이 원활하였기에 잎새의 줄기를 맘껏 만들어 내며 아름다운 자태를 만들어 낼수가 있었다.
우리들도 충분히 삶의 에너지를 받으며 세상과 원활하게 소통을 하며 이 시간에 팔랑대며 서 있을수 있다면 설령 내일 함께 누워 삶의 동지애를 느낄지라도 보다 아름다운 잎새로 살다 갈수 있을 것이다.
오늘 우리의 잎새는 아직 푸르다. 나만의 잘남도 없고 너만의 못남도 없다. 숲에서 보면 이런 저런 나무들이 있고 나무를 들여다 보면 거기에는 그 나무를 키워가는 잎새들이 있다.
보다 당당히 보다 겸허히 아름답게 지고 또 피워날 시간을 위하여 내 옆의 동지들과 더불어 오늘 이 시대의 나무에서 당당히 힘차게 하늘을 향하여 팔랑거릴일이다.

생각을 채우며 일어서는 나에게
수북이 쌓인 낙엽더미가 편안하게 누워서 미소를 던진다.
주말에는 저 낙엽을 태우며 커피한잔이나 했으면 좋겠다. 그 속에서 감자가 익고 삶이 깊어 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메아리 치는 시간속에서.

2009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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