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의 속살을 보듬다.-도보여행 2일째

01 8월 대관령의 속살을 보듬다.-도보여행 2일째

도보여행 2일차- 대관령의 속살을 보듬다.

6시 공양,9시 적멸보궁 산행,10시 30분 상원사로 내려왔다. 버스가 없어서 점심공양을 상원사에서 하고 세조의 벗어 놓은 옷을 걸쳐놓았던 자리라는 관대거리로 내려와 마침 일을 보고 내려가는 진부의 농협승합차를 얻어 타고 내려왔다. 사람 좋아 보이는 청년이 내게 말한다. “선생님은 참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자유롭게 여행도 다닐수가 있구요.”그런가, 진짜 내가 행복한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렇구나 행복하구나. 이런 자유와 마음의 넉넉함은 그것이 생시인들 어떻고 꿈인들 어떠리오. 그 것이 행복인데.

진부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횡계행 표를 끊었다. 낡은 목제 의자에 할머니들이 옹기 종기 앉아 계신다. ‘할머니 어디가세요’ 하고 물으니 “이 건너 마을에 가는 중이여. 거기가 우리들 집이거든.”하고 대답을 하신다. 잃어버린 한국인의 정서가 할머니들의 모습속에서 오롯이 살아 있는것이 느껴진다.
횡계에서 내린 후 택시를 타고 자작나무가 아름답게 줄지어 서있는 옛 고속도로를 통하여 진부령 정상까지 갔다. 진부령 정상에서부터 대관령 옛길을 찾아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자욱한 안개 속에 대관령 옛 도로는 푹 파묻혀 있다.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도 놀라고 나도 긴장을 한다. 몇굽이를 돌고 돌자니 반정이란 표석이 나오고 대관령 옛길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안개낀 산길을 나혼자 가노라니 조금은 오싹함을 느꼈다. 곳곳에 쌓여 있는 나그네들의 흔적. 돌무더기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사를 걸며 이길을 오가며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이 산자락 구석구석에 뿌렸을것인가를 생각하니 감회가 남달랐다. 민초들의 기원이 쌓이고 쌓인것이 저 돌무더기들일 것이다. 안개로 인하여 움침한 정상부의 고갯길을 내려 오니 미송이 여기 저기 솟아 있고 계곡의 풍광이 시작되는 제법 풍치가 있는 길들이 시작된다. 차라리 눈이 왔더라면. 꽃피는 봄이나 낙엽지는 가을이었더라면 이 옛길은 더욱더 맛갈스러웠을 것이다. 물소리가 귓가에 동행하는 계곡길을 따라 걷노라니 산세는 평지로 이어진다. 1시 40분에 반정에서 출발하여 대관령 박물관까지 내려 오니 4시6분. 버스를 기다리며 갈가에 앉아 있노라니 나른함이 몰려 온다. 그러나 의식은 더욱 초롱초롱하고 그 나른함조차도 살아있음의 즐거운 피로로 느껴진다.
젊은 남녀가 차를 몰고 와서 대관령을 배경으로 사진 한컷을 찍더니 부랴부랴 서울쪽으로 차를 몰고 사라진다. 지나 온 시간의 여행처럼 저들이 껍질을 보고 사라질 때 나는 대관령의 속살을 보듬다가 내려왔다. 너희들이 어머니의 젖무덤 같은 자연의 속살속에 푹 묻혀 다시금 힘차게 살아갈 힘을 얻는 이 기쁨을 알겠느뇨.
버스를 타고 강릉시내로 나왔다, 지인을 만나 식사를 하고 경포대의 여관에 몸을 뉘였다.

2009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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