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은 꽃을 품고 있다

01 8월 모든 생명은 꽃을 품고 있다

모든 생명은 꽃을 품고 있다.

겨울은 쓰디쓴 소태나무 씹어 삼킨 듯 왔다가 봄은 솜사탕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
찬바람이 불더니 목련이 피고 져갔다. 대관령에 눈이 오고 전국에 봄비가 내리더니 벚꽃이 피었다. 인적이 드문 국도의 밤길에 가로등 불빛아래 피어난 벚꽃은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지난 주말에는 양평을 향하여 달리다가 무수히 쏟아지는 꽃비를 만났다. 내 혼자 보기 아까워 다음날 가솔들을 이끌고 꽃비를 보러 나들이를 나갔다. 이제 꽃비마저 사라지면 여름이다. 여름은 여름대로 새로운 생명을 농밀하게 채색할 것이다.
목련, 벚꽃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시간은 행복과 아쉬움을 주고 떠나간다.
피고 지는 꽃들이 이야기한다. 모든 생명은 꽃을 품고 있다고. 꽃들은 겨울의 추위 속에서도 꽃을 의심하지 않기에 꽃을 피운다고. 우리네 사람들도 자연계의 꽃일게다. 우주는 한 떨기 꽃이란 표현이 있다. 그렇다면 소우주인 인간도 꽃일 것이다. 지금 꽃이 안 피워도 꽃을 품은 아름다운 생명일게다. 의심하지 말자. 아무리 찬바람이 휘몰아쳐 마음의 희망을 짓밟을지라도 의심하지 말자. 그래도 우리는 꽃을 품은 아름다운 생명인 것을. 의심을 이겨낸 존재만이 어느 봄 밤에 활짝 피어서 세상을 환희롭게 하는 목련처럼, 벚꽃처럼 세상 앞에 설 것이다.
미래가 두려운 시간, 불안이 엄습하는 길을 걷는 당신, 퍽퍽한 마른바람 부는 길을 걷는 당신, 두려워 하지마라. 의심하지마라. 묵묵히 바람을 친구 삼는 저 나무들처럼 꽃을 품은 시간을 가고 있다는 것을. 모든 생명은 꽃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꽃을 의심하지 않는 생명은 꽃을 피울 뿐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고 살아갔던, 앞으로 살아 갈 모든 꽃을 품은 생명들을 생각하며 봄이 지나가는 시간에 우리들안의 꽃을 생각한다.

2014년 4월 14일 하카 김익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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