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모든 크는 것들은 아픔을 안고 큰다.
모든 크는 것들은 아픔을 안고 큰다.
태풍 볼라벤이 꽃을 품는 바람의 힘을 보여주고 사라졌다. 이 바람에도 많은 나무들이 뿌리채 뽑히고 가지가 꺾여져 나갔다. 이 태풍을 이겨낸 농작물은 가을로의 힘찬 질주를 하고 있다.
태풍이 오기 한주 전에 강원도를 돌았다. 하루 밤을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숲 향기를 맡으며 월정사 주차장에서 1박을 하였다. 자유로운 사유, 자유로운 이동, 자유로운 차를 이용한 숙박을 중시하는 나의 여행스타일을 나는 오토 트레블링이라고 자칭하고 있다.
밤새 빗소리에 취해서 깊고 아늑한 잠을 잤다.
아침에 나는 비내리는 전나무 숲을 바라보았다. 하늘로 우뚝 우뚝 솟아 성장을 멈추지 않는 당당함의 기개세, 나는 그 나무들의 줄기를 찬찬히 눈으로 훓었다. 조용한 위엄의 거목마다 지난 시간의 꺾인 가지, 죽은가지, 상처의 옹이 하나씩 몸으로 안고 비를 맞으며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이 세상 모든 것, 아름다운 성장은 그와 같이 상처를 안고 크고 있었다. 어느 숲길을 가다가 당당한 기세의 나무를 보면 그 풍경의 아름다움에 취하지 말고 부러워 하지 말고 그 당당함이 품고 있는 아픔에 대한 마음을 들여다 보아라. 아프기 때문에 청춘이 아니다. 아픔은 우리의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안고 보듬어야 할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인격의 자양일 뿐이다.
살아있기에 아플 뿐이다.
2012년 9월 3일 김 익철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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