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리에서 추억을 만들다.

01 8월 무수리에서 추억을 만들다.

무수리에서 추억을 만들다.

집에서 조금만 가면 팔당이 멀지 않은곳, 경안천이 큰 흐름으로  강을 이루는 곳 기슭에 작은 마을이 있다. “무수리”.. 한마디로 걱정이 없는 마을이라는 곳이다. 6.25도 피해 갔을듯한 물가에 숨은 마을이다.  집에서 강의안 작업을 하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슬기를 잡으러 오후에 그 마을로 갔다왔다. 날씨가 꾸물 꾸물하더니 이내 빗방울이 떨어진다. 작은 도랑치고는 다슬기가 많은편이다. 직전에 온 비로 인하여 물속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동영과 동호는 연신 신이 난 듯 잘도 건져낸다. 여섯 살, 네 살에게는 나의 발목에 오는 도랑물도 조금은 벅찬 듯 바지까지 다 젖어 버렸다. 그래도 탄성을 지르며 다슬기를 잡아 올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저 귀엽고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비가 쏟아지면 냅다 두 놈을 양허리에 끼고 은행나무 아래로 피했다가 오고 그래도 안 되면 큰 호박잎으로 우산을 만들어주었다. 신나게 소리치고 물을 흩뿌리며 그 작은 도랑에서 보낸 비뿌리는 오후가 행복했다. 무수리에서 걱정과 과제는 모두 내려놓은 걱정없던 시간들. 차로 들어와 옷이 흠뻑 젖은 동호와 물속에서 넘어져서 손에 상처가 났음에도 “괞찮아!.”라고 연신 중얼거리며 동생을 다독거리는 동영과 옥수수를 먹었다. 산다는 것의 중요한 과제는 아름다운 추억의 축적일 것이다. 시간은 도랑물처럼 흘러 강이 되고 아이들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게 강물처럼 커가기만 한다. 오늘 아름다운 추억은 언젠가 살아 있어서의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었고 과제였다는 것을 우리들은 너무도 늦게 깨닫고 사라져가는 존재이다. 비싼 콘도가 아니라도 비싼 해외 여행이 아니라도 이곳에서 내 옆의 보석들과 손을 잡고 걷는 이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리라. 가끔은 우리들의 무수리속으로 떠나보자. 이천원짜리 옥수수 한봉지 사들고..

2008년 8월 2일 토요일
경안천에서 김익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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