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바다가 오랜만에 마음에 들어왔다.-도보여행 3일째
도보여행3일차-바다가 오랜만에 마음에 들어왔다.
아침 8시 짐을 챙겨 경포대로 나왔다. 바람이 드센 날이다. 경포대가 보이는 편의점으로 들어가 컵라면에 삼각 김밥 하나로 아침을 해결하였다. 바다가 보이는 편의점에서 마주한 컵라면 하나의 행복은 서울의 어떤 고급 뷔페도 내게 주진 못했던 완벽한 여유로움의 풍경이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편의점 사장님에게 바다가 보이는 이런 곳에서 사시니 행복하실 것 같다고 하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고향도 비슷하고 살아온 여정도 나와 너무도 비슷하였다. 다음을 기약하는 인사를 건넨후 바닷가로 나왔다.
파도가 끝없이 구렁대며 밀려 오는 백사장에 앉았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나는 내심 그 상황에 감탄을 하였다. 이렇게 바다가 편한적이 없었다. 왜 이리도 바다가 편할까. 그 많은 날, 긴장속에서 달려와 마주한 그 부담스럽던 바다가 아니었다. 웬지 가슴답답한 무모한 반복의 울음 같은 그 바다가 아니었다. 깊고 넓은 대지에 끝없이 밀려 오는 따뜻하고 편안한 손길 같았다. 꽤 오랜 시간을 편안한 바다를 쳐다보며 그렇게 앉아있었다. 많은것을 비웠기에 저 바다가 편안했을 것이다.
편안한 바다를 넉넉하게 담은 후 나는 바다를 떠났다.
경포호를 걷다가 모자동차 회사 지점장으로 있는 선배의 차를 얻어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자주 떠나리라. 그 가벼운 비움의 길을. 걷는 것이 주는 그 새로운 자기 충전의 길을. 나의 찌꺼기를 버리고 나를 다시 벼르는 그 가벼운 여행길을.
2009년 12월 12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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