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숲은 너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01 8월 비 내리는 숲은 너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비 내리는 숲은 너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비가 내린다.
오랜 가뭄을 이기고 비가 내린다.
의지로서 땅을 짚고 하늘을 향하던 숲은 생기를 찾는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점이 수풀의 정점에 있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사이를 이 시원한 아침에 쳐다본다.
계획대로라면 오늘 나는 백담을 넘어 설악의 대청으로 향했어야 했다.
일이 생겨서 대청의 꿈을 접었지만 오늘 후배들은 그 옛날 내가 그랬듯이 비를 받아들이며 백담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天地不仁천지불인하다고 노자는 갈파하였다. 웃고 울고 소리치고 원망하는 인간의 마음에 노자는 빗소리처럼 이야기한다. 하늘과 땅은 특별히 누구만 사랑하지 않고 누구만 미워하지 않는다고. 뜨겁고 혼돈스런 2014년의 상반기, 온통 원망과 분노와 기대가 넘치던 시대였다. 사람이란 포유류가 그렇게 격한 감정의 반응에 쌓여있어도 텃밭의 옥수수는 익어가고 계곡의 버들치는 오늘도 살아서 계곡을 유영한다.
세상의 변화는 그 변화의 방향이 너를 향할 때 변화는 불가능해진다. 어찌보면 세상서 절대 불가능한 것이 너를 변화 시키는 것이고 세상서 가장 힘든 것이 나를 변화 시키는 것이다.
내 책상에는 촛불이 매일 피어난다. 촛불은 나를 가르킨다. 너부터 불태우라고. 너를 태워 밝히라고 삶의 어둠에 무너지지 말라고. 촛불은 참된 변화를 묵묵히 이야기한다. 참된 변화의 단초는 나로부터 시작되는 거대한 물결이다. 세상의 무질서를 경험하며 나부터 그리고 우리부터 새롭게 생각하고 새롭게 행동하자고 결단했다면 그 곳에 저 숲과 같은 위대한 변화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겨울의 나목으로 서있던 저 숲은 길가에 서있는 나무든 아무도 알아보지 않는 저 깊은 산속에 있든 개의치 않고 스스로 홀로 잎을 내고 꽃을 피워 거대한 변화의 장관을 만든다. 숲의 나무들은 주장하지 않는다. 너부터 잎을 피고 너부터 꽃을 피우라고.
오직 영장류 인간만이 너부터를 이야기한다. 오늘도 길거리에는 세상에는 세월호 선장의 마음이 달린다. 나만 행복하면 되고 나만 선하다는 마음들이 세상을 꽉 채운채 달린다. 나는 정의고 너는 비정의라고 외치는 현실들이 세상에 넘실댄다. 지난 시간 그들은 무엇을 배웠던가. 더 견고해진 네가 변해야만 한다는 무서운 정신적 암덩어리들이 더욱 성장한 시간이다.
비가 시원히 내린다. 이 비가 그런 정신의 암덩어리를 걷어내고 저 묵묵히 비를 맞으며 자연의 순리에 자신으로부터의 최선을 다하는 천지불인의 지혜로 살아가는 숲의 나무들처럼 사람들에게도 지혜의 비로 내렸으면 한다. 우매한 기대임을 알면서도 그런 우매한 기대를 희망으로서 던져본다.
이런 날은 커피한잔 마시며 하늘과 땅이 맞닿는 지점을 바라볼 일이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방향을 조용히 바라볼 일이다. 어느덧 모든 것은 조용히 자리를 잡는 기적을 경험할 것이다.
지혜롭고 아름다운 모든 것이 참된 질서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여름휴가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남한산성자락에서
하카 김 익철 배상
2014년 7월 23일 비오는 水요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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