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세상 모든 것은 꽃을 피운단다.
주말오후 거실에 나왔다가 달콤한 향수냄새를 맡았습니다. 출처를 찾다가 막내 동호의 머리까지 매만지며 내음을 추적하고 말았습니다. 알 수 없는 향기, 문득 스치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보니 꽃몽오리만 맺힌 채 개화를 미루던 행운목이 순백의 여린 꽃을 만개하고 있었습니다. 결혼 후 선물로 들어 온 행운목이 드디어 꽃을 피우고 향기를 내뿜는 시간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꽃의 조짐을 보이던 행운목은 아이들의 즐거운 이야기 거리였습니다. 막내 동호는 매일 오후면 전화를 해서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빠. 행운목에 꽃 핀것 아세요?” 그날 밤 행운목의 꽃몽오리 앞에서 다섯 살 동호는 형이 자신에게 잘해주길 빌었다고 하고 일곱 살에 들어서는 동영은 세계평화를 빌었다고 아내가 그날 밤 전해주었습니다.
얼마 전에 저녁을 먹다가 동영이가 물었습니다. “아빠 이 채소도 씨를 뿌리나요?“ ‘그럼, 채소들은 다 꽃이 펴서 씨를 뿌린단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세상 모든 것 꽃 아닌 것이 없는듯 합니다. 우주는 한떨기의 꽃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누구의 삶이든 언젠가 만개 할 꽃을 품고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갑니다. 나는 행운목이 꽃을 피우리라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냥 이름만 그런 관상용 식물이려니 했습니다. 다 나의 오만이었습니다.
7년만에 피어난 꽃, 나는 저 행운목에 경의를 표합니다. 묵묵히 그 긴 침묵속에서 자신과의 고독과 싸우며 꽃을 키워온 시간들. 행운목은 우리에게 삶의 진실을 알리는 메시지로서 행운목의 이름을 얻었나 봅니다.
어렵고 힘든 시간속에서 혹시 우리들은 조급해 하고 초조해 하지 않나요. 누구는 잘나가고 누구는 힘들다 해서 초조하지 않나요. 조용히 한번 생각해봅시다. 우리 모두는 하나 하나가 꽃나무와 같은 존재. 진달래가 목련을 부러워 할 일이 아니고 목련이 진달래를 부러워 할 일이 아니듯 그냥 자신의 삶속에 진행되어지는 개화의 시간을 믿고 부지런히 부지런히 그리고 무한한 겸손을 땅을 삼아 해와 달의 양분을 맘껏 들이키며 오늘을 기쁘게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꽃을 품고 태어나기에.
2009년 3월 15일 일요일 경안천 누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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