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시월의 어느 멋진날에
시월의 어느 멋진날에
작은 시내를 건너고 산자락을 따라가는 나만의 호젓한 출근길이 있습니다. 오늘도 그 호젓한 길을 가다가 안개에 쌓인 단풍 물든 산을 발견하고는 차를 멈췄습니다.
참으로 시월의 멋진 날입니다.
사시사철을 보내면서 삶이 환희로운 시간이 있다면 그 중의 최고가 바로 이 시월의 가을일 것입니다. 가슴을 쓸어내려주는 맑은 바람, 맑은 햇살, 황홀한 채색의 자연,
국밥 한 그릇으로 하루의 배를 채우고 자판기 커피 한잔을 들고 서있어도 이 가을을 존재를 황홀하게하고 감사하게 합니다.
몇일 전에는 겨울준비를 했습니다. 참나무 장작을 한 트럭 사다가 사무실에 차곡 차곡 쟁여 놨습니다. 가득 쌓인 참나무장작의 풍경이 따뜻한 겨울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겨울을 넘길 볶은 커피도 충분합니다. 언제든지 누가 찾아와도 화목난로 앞에서 장작을 때며 커피 한잔을 대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겨울을 앞둔 시간, 머지 않아 사라질 이 가을이 보여주는 황홀한 기적의 시간을 담고자 발길이 자주 멈추고 창문너머 산을 쳐다보는 시간이 많은 시월입니다.
삶의 떠남을 우리가 정 할수 있다면 시월의 단풍이 지고 첫눈이 내리는 날 그 풍경을 마지막으로 머금고 떠나고 싶습니다.
삶이 아무리 힘들다 힘들다 해도 가만히 삶을 들여다 보면 태어남은 축복이고 기적입니다.
존재의 공허와 불안을 채우기 위하여 존재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 존재의 시간을 향유하고 참여하기 위하여 존재해야만 할 것입니다. 현대인의 존재불안이 초래하는 스마트폰속의 SNS를 향한 눈길에서 잠시라도 벗어나야만 할 것입니다. 존재의 향유를 위한 마음으로 시월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이 시월의 아름다운 날들에 여전히 눈길이 스마트폰만 향하는 것은 삶의 은혜에 대한 배신이고 자기죄악일 것입니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 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창 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김동규. 시월의 어느 멋진 날 중)
2013년 10월 28일 가을이 밀려오는 남한산성 자락에서 하카 김 익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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