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시월의 진달래꽃
시월의 진달래꽃
화요일 아침, 날씨는 흐리고 아침안개가 사방에 가득합니다. 집 앞의 소는 가을아침의 냉기로 잔뜩 긴장한 채 흐름을 잠시 쉬고 있습니다.
이런 날엔 녹차 한잔에 조지윈스턴의 곡이 제격입니다. 간단히 아침을 때우고 서재에 앉아 차를 우려 마십니다. 서재 앞의 찻상에 놓인 수반엔 진달래꽃 한송이가 꽃혀 있습니다. 어제 오후 강의 준비를 하다가 머리를 식히려고 뒷산을 올랐습니다. 정상에 올라 옆쪽 숲을 내려다 보니 선홍빛 이파리가 얼핏 보였습니다. 혹시나 해서 보니 진달래 꽃 한 잎이 거기에 고개 숙인채 피어있었습니다. 바람과 지난밤의 서리에 풀이 죽은채 힘겹게 피어 있는 시월의 진달래 꽃 한잎, 나의 서슬퍼런 탐욕과 호기심이 그 꽃잎을 꺾어 내려오게 하였습니다. 물만 채어져 있던 다실의 수반에 꽃잎을 담구니 짚신이 짝을 만난 격입니다. 밤새 수반과 진달래는 신방을 차린 듯 아침엔 꽃잎이 활짝 피어 당당히 세상을 내려다 보고 있습
니다.
시월의 진달래 꽃잎 하나가 가을아침의 흥을 돋구어 주고 있습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시월의 진달래꽃 같습니다. 좌파적 교수들의 주장들이 던져주는 사회적 파장이나 정치적 지도자들의 행태들은 모두들의 가치와 중심에 바람을 들게 합니다. 사실과 미래의 발전이란 측면에서는 주요한 재료가 될 수 없는 논쟁들이기에 그리 동요될 사실은 아니기에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이지만 이 땅의 민초들의 마음은 뒤숭숭 하기만합니다. 오늘 아침 차 한잔을 마시며 생각하여 봅니다. 사실을 떠난 비약들은 세월이 지나면 걸러지고 순리를 뒤바꿀수 없는 시월의 진달래 꽃과 같은것이라고. 가끔은 누런 시월의 산하에서 선붉은 진달래 꽃은 등산객을 기쁘게 하지만 그 한송이의 진달래 꽃이 세상의 순리를 뒤바꾸게 할 수없기에 등산객은 미소지으며 한송이 꺽어 가슴에 품고 올뿐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변혁전인 현실들은 시월의 진달래꽃과 같은 현상인지도 모릅니다. 자연의 순리와 사실의 객관성과 미래의 비전이란 틀에서 역사가 해석되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봄날의 진달래꽃을 아름답다 할 것입니다. 시월의 진달래꽃 오늘아침 나에게 외도의 흥을 주지만 더 피어나고 더 무리 지을 수 있는 순리의 기쁨을 주지 못하기에 한편 안스러운 시간입니다.
경안천 자락에서 김익철 배상
05,10.18(www. haka. 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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