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싸나이가 사라지고 있다.
싸나이가 사라진 시대
사무실로 출근하던 길에 라디오방송을 들었다. 귀를 솔깃하게 하는 DJ의 멘트. ‘사나이를 찾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그렇다. 우리 곁에서 우리들의 영웅이었던 사나이들이 세상의 뒷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사나이는 길거리의 양아치도 약자를 괴롭히는 쓰레기도 아니었다. 세련미는 떨어지더라도 마음속에 굳은 자신의 신념하나 품고 함부로 말이나 웃음을 팔지 않으며 뒤돌아서는 그 그림자가 바라보는 사람을 뭉클하게 하던 거친듯하지만 따뜻한 인류의 발전과 고난 속에서 묵묵히 희생당하면서도 앞장서 왔던 인간의 부류였다.
방송이나 영화에서 만들어지는 가죽점퍼, 꾸민 목소리,제스처 그런 모습이 사나이의 모든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런 사나이의 부산물일뿐이었다.
사나이다움이 무지와 무식,야만으로 치부되는 시대. 근원도 알지 못하는 프랑스 어느 시골의 농부가 장화를 신고 질벅 질벅 밟아댄 술일지라도 이것이 프랑스산이래. 어제 와인바 갔다 왔어 하는 세류에 흔들리며 사는 사람들의 편견속에서도 손수 쌀을 씻어 빚어낸 시골 술도가의 막걸리처럼. 그냥 묵묵히 마트의 한켠에서 주인을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신기한 눈빛을 받으며 ‘어머.아직도 막걸 리가 있네요’하던 말을 듣던 그 술을 닮은 사나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사나이가 거세당한 시대. 여성도 남성도 아닌 사람들이, 온통 세상의 스파트라이트를 받는 시대. 오늘도 그 사나이들은 도심의 담벼락에 기대어 선채 세상을 쳐다 보며 씁쓸하게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가벼운 세치혀보다는 몸으로 이야기하고 현란한 말보다는 원칙하나를 자존심 삼아 살던 사나이들. 절대 약자를 건드리지 않던 사나이들. 당장 굶어 죽어도 비겁하지 않고 손가락질 받지 않는 삶을 살던 사나이들.
그런 사나이와 막걸리 한잔 할 수 있는 영광스런 시간이 그립다.
2009년 11월 24일 경안처 우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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