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아들과 퇴촌의 둑방길을 산책하다
설을 앞두고 아들과 퇴촌의 둑방길을 산책하였습니다.
서울로 나가려던 약속이 어긋난 오후, 내달이면 만 두돌이 되는 아들을 차에 태우고 퇴촌으로 드라이브를 나갔습니다.
광주에 이사 온후 근처의 마을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퇴촌입니다. 물러나 산다는 마을의 이름도 유유자적함을 풍기지만 물로 둘러싸인 주변의 풍광도 이름만큼이나 운치가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일부러 퇴촌으로 나가서 일을 보고 옵니다. 팔당의 물이 밀려와서 묵묵히 어깨너머로 친구하는 드라이브길의 아기자기한 풍광은 언제나 즐거움을 줍니다. 그 여유로운 드라이브길을 지나면 작은 면소재지가 나오고 그곳이 퇴촌입니다.
그곳엔 작은 우체국이 있습니다. 차를 어디에다 대도 주차 위반의 호르라기소리가 들리지 않는 그런 한가로움속에 작은 우체국이 있습니다. 월말이 되어도 사람들의 혼잡함이 없는 그런 여유가 그곳에 있습니다. 가끔 우편물을 보내거나 지로를 낼때면 일부러 핑계삼아 그곳으로 갑니다. 나의 주변에 이렇게 여유로운 공간들이 있다는 것도 또한 즐거움일 것입니다.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보내고 아들을 데리고 인근 습지공원의 둑방길을 걸었습니다. 강을 타고 올라오는 추운 바람에도 개의치 않고 아장 아장 걷다가 심심하면 막대기를 하나 들고 휘휘저어대는 아들, 아빠는 아빠대로 말이 트이지 않은 아들은 아들대로 서로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를 하며 걷습니다. 다시 되돌아 오는 길. 아들은 지나가는 헬리콥터를 보며 “아빠!” ‘아빠!“를 외쳐댑니다.
설날을 몇일 남기지 않은 주말, 어긋난 약속으로 인하여 아름다운 추억을 새기고 돌아 옵니다. 때로 물러 서면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삶. 퇴촌의 마을 이름만큼, 때로는 물러서서 발견하는 아름다운 추억과 기억이 올 한해도 모두에게 충만하길 기원하여 봅니다.
2005년 2월3일 경안천자락에서 김익철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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