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아들에게 들려주는 태담
나이든 아빠의 2002년 겨울 아침의 태담.
“나는 네가 지덕체를 갖춘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우선 “체”로 말할 것 같으면 인간으로 존재하는 가장 근본이 되는 바탕이다. 여기에서 삶의 자신감이 나오고 삶의 의욕이 솟구친다. 많은 업적을 이룬 사람일수록, 세상을 많이 경험하고 음미하다 간 사람일수록, 기본적으로 건강한 육신을 유지한 예가 많다. 나는 네가 신체를 단련하고 어려서부터 자연에서 뛰어 놀고 운동을 즐겼으면 한다. 두번째로 “덕”에 관해서 말하자면 이것은 세상과 너와의 관계를 해석하는 특성이다. 너 자신에게 집중 된 시간을 넘어 세상에 관심을 가질 때 갖추어야 할 덕목이 “덕”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사랑을 원하는 세상에 대한 사랑,자비,포용이 바탕이 된 세상을 해석하는 네 자신의 내면적 성품의 특성이다. 몸이 건강하고 자신감이 충만할지라도 이 “덕”이 그 수레를 이끌지 못한다면 고삐 풀린 소가 끄는 방향 잃은 수레의 난동 같은 삶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지”를 이야기 하련다. “지”란 것이 지식을 이야기 함은 아니다. 세상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의 인지란 지식의 활동이 우선 되고 거기에 너 자신의 충분한 성찰과 명상을 통하여 나오는 지혜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그것은 “지”가 추구해야 할 지성이 되는 것이다. 너는 몇 개의 사실적 지식을 조금 더 외우고 있다고 지성이라고 착각해서도 안되고 함부로 드러내서도 안 된다. 지식이란 조용하나 힘차고 단순한듯하나 심오한 저 강처럼 흐르기 위한 그 지혜의 강에 도달하기 위하여 잠시 네가 빌어 탄 수레와 같다. 어떤 사람은 지혜의 강을 옆에 두고 수레를 타고 가며 그 수레를 자랑하는 우를 범하다 가기도 한다.
지식은 지성을 이루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수레이니 크고 견고한 수레를 추구 할 것이나 그 수레가 추구하는 곳은 지혜의 강이어야만 한다. 그 지혜는 어느 순간에 너의 내면에서 깊은 명상 속에서 조용히 웃으며 너에게 모습을 보일 것이다.
나는 네가 이 세상 속에서 이 세가지만 올바로 추구하며 살다 간다면 가장 아름다운 생명으로 가장 의미 있는 존재로 꽃처럼 향기롭게 피고 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추운 월요일의 아침입니다. 날씨가 추울수록 몸은 이불 속에 더욱 묻히고자 합니다. 결혼한지 벌써 만 7개월로 들어 서고 아내의 몸 속에도 이제 6개월로 들어 선 나의 인연이 자랍니다. 결혼도 꽤나 큰 변화인데 새로운 자식이란 인연을 만나는 것 또한 나이는 들었지만 세상에는 어수룩한 이 예비 아빠에게는 당황스런 일입니다. 저 아이가 태어 날 이 땅의 환경속에서 어떻게 저 아이가 자신의 삶이란 백지에 그림을 그려 가게 할런 지는 깊은 생각을 필요로 하게 합니다. 단순하고 재치에 넘치는 반응이 저 아이를 위한 사랑의 전부는 아닐 듯 합니다. 추운 바람이 문틈으로 언뜻 언뜻 스미는 월요일 아침, 나이 많은 예비 아빠는 잠자는 아내를 바라보며 뱃속의 아이와 마음으로 태담을 나누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 세가지를 아이에게 경험시켜 주고 아이가 인지의 수준이 높아진 그 시간에는 오늘 아침의 태담을 함께 이야기 하렵니다. 이제는 겨울입니다. 강원도에는 폭설의 소식이 들려오는 아침입니다. 겨울을 뚫고 꽃피는 봄에 태어날 나의 아름다운 인연이 기대 되는 시간입니다.
02.11.18. 오산에서 김 익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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