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내려놓음-김 수환 추기경님의 선종

01 8월 어른의 내려놓음-김 수환 추기경님의 선종

김 수환추기경님이 어제 선종(善終)을 하셨습니다. 말 그대로 선하게 사시다 선하게 마무리를 하셨습니다. 비록 나 자신이 카톨릭 신도는 아니지만 한국사회에서 그분만큼 마음속에서 어른으로 다가온 분은 없었기에  당신의 누워 있는 모습은 잔잔한 충격으로 다가 왔습니다.
늦게 까지 그분의 추모 미사를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 이미지로 다가선 것은 그분의 잠드신 모습에서  죽음이란 부정적 상상의 단어가 아니라 조용히 자신의 육신을 내려놓고 가셨구나 하는 생각이 몰려왔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사라짐은 저리도 선하고 조용히  삶의 작은 선반에 그동안 고마웠오, 또한 잘 썼오란 메모 한장 남긴 채 가지런히 개어 놓고 사라지는 것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랬다지요 “사랑합시다.” 시대에 딱맞는 말일것 입니다. 삶이란 것이 어느 순간에 저렇게 내려 놓고 사라지는 절차일텐데 우리네 일반 사람들은 내려 놓지 않을려고 이리도 바둥 바둥 사는것 같습니다. 그런 오판이 삶을 추하게 만들고 나락에 떨어지게 만듭니다. 또한 그래서, 남겨짐의 이미지 또한 선반에 올려진 가지런한 옷가지가 아니라  찌들고 구겨진 채 쳐박아 놓은 옷가지처럼 흔히들 사라지는가 봅니다.

두 번째 생각은 우리 시대에 어른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고개 숙이고 잘난 놈 못난 놈,이런 정치꾼, 저런 정치꾼, 모두들 고개 숙이고 조용히 이야기 들을 이 시대의 어른이 이 땅에서 사라졌다는 생각에 답답한 느낌이었습니다. 정치 원로들이 있지만 다 구린내가 진동을 하고 뒷 이야기가 좋지 않은 노회한 정치인들일뿐 진정으로 그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할 어른이 사라졌다는 것이 건강한 권위도 건강한 방향도 건강한 가치도 없이 부평초 같이 흔들리는 이 시대의 대한민국의 가장 큰 손실일 것입니다.

어른, 지나 온 삶의 시대에 어른은 가정과 사회의 잔잔한 긴장이고 인새의 길을 가는데 있어서 흔들리는 삶의 노정을 잡아주던 큰 그림자였습니다. 어른이 고리타분시 되고 방종적 자유와 자율이 주장되면서 그 어른들은 가정에서 사라졌고 어느 오래 된 공원을 배회하는 패자의 이미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세뇌당한 채 살아 온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결과가 이 시대의 잔인한 범죄의 양산과 목소리만 크면 이기는 한국식 법일 것이고 방송 여기저기서 펼쳐지는 무례하고 몰상식한 언어의 잔치들일 것입니다. 그 옛날이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면 아마도 그 어른들은 이렇게 소리치셨겠지요. “이런 상것들 보았나!”
어른이 사라진 조직과 국가에 흔하게 발생되는 현상의 이기주의의 양산, 작은 패거리 집단, 힘이 바탕이 되는 가치등입니다.

그분의 착함 사라짐을 보며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사라져야 하는지를 또한 우리는 배웁니다. 또한 비로소 어른의 큰 그림자를 생각하며 또 다른 어른을 기다려 봅니다.
위대하신 이 시대의 어른의 선한 내려놓으심을  깊은 마음으로 애도 드립니다.

2009년 2월1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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