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 12월 여보! 큰일 났오.
여보! 큰일 났오.
이른 아침의 출근은 기분이 좋다. 오늘은 아이들이 일찍 학교를 간다기에 조금 더 일찍 아침을 시작할 수가 있었다. 사무실에 오면 사방의 창문을 열고 온 사방의 녹음을 눈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커피를 드립핑 한다. 라디오를 켠다. 이내 커피내음이 넘치고 그 순간이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다. 커피를 마시며 인터넷을 열었다. 메일이 왔다. 오래전에 거래했던 증권사에서 축하 메일이 왔다. 이런, 오늘이 결혼 기념일이다. 바로 이날에 우리는 늦게 만나 결혼식을 올리고 몰디브로 떠났었다. 그게 바로 14년전 바로 이날이다. 무덤덤하고 재미없는 나를 만나 잘 살아 준 아내가 고맙다. 아내에개 전화를 걸었다. ‘여보. 큰일 났어!’ “왜요?‘ ’오늘이 우리 결혼 기념일이래.‘ ”아휴 깜짝 놀랬잖아요. 고마워요. 함께 잘 살아 줘서 ^^“.
전화를 끊고 보니 그저 지나온 시간, 부족한 인연을 만나서 잘 살아준 나의 인연이 고마울 뿐이다.
정말 가진 것이 없이 결혼을 하였다. IMF에 다니던 회사는 부도가 나고 그 와중에 지인들의 보증을 섰다가 낭패를 보고 거품의 허망속에서 30대 후반을 헤맸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인연을 만났고 그리고 삶을 만들어 왔다. 얼마전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하다가 아내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너희 아빠가 진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데 배짱 좋게 결혼을 했단다.’ 나는 미소만 진채 침묵을 한다. 막내가 묻는다. “왜 아빠는 아무것도 없는데 결혼을 했어요?” 나는 답한다. “너희를 만나려고.” 아내가 맞장구를 친다. “맞아. 어쨌든 너희들을 만났잖아.” 가족은 활짝 웃으며 저 멀리 경안천을 안고 흐르는 무갑산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삶이라는 것이 답이 없다. 지나고 보면 이렇게 앞으로 앞으로 흘러서 인연을 만나고 이야기를 만들다 사라지는 것이 삷이다. 그 길이 나쁜 길이 아나라면 모든 길은 옳은 길이다. 세월은 흐르고 그날의 기억은 사진속에 남아서 가물 가물거려도 삶은 이렇게 아름다운 인연의 강을 흘러간다. 삶을 경제로 정의 할 수는 없다. 경제는 방편이 될지언정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방편이 목적인 시대에 아름다운 인연을 만나는 것이 미뤄지고 조절되어지는 시대. 참 답답한 시대이다. 삶의 강은 아름다운 인연의 흐름 속에서 비로소 완성이 되어질 뿐이다.
2016년 4월 27일
연두빛 산빛 출렁이는 남한산성자락에서 김 익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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