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사람관광하는 사람

01 8월 여행하는 사람관광하는 사람

이 가을 여행하기 좋은 시간입니다.

삶을 여행이라 합니다. 추석이 지나고 여행하기 좋은 시간 속에 머물고 있습니다. 여행과 관광이 무엇의 차이일까요. 차를 타고 오며 생각을 정리하여보았습니다. 여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여백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백이 존재하고 여백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그 여백의 미를 즐기고 채워가는 시간들 그것이 여행이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관광은 무엇일까요. 여백이 아니라 기성의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채워가기보다 채워진 그 무엇을 인식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관광이라는 것입니다. 여행이 주도적이라면 관광은 수동적인 그 무엇이라는 것입니다. 그 무엇이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나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선택의 종류일뿐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불확실함속에 가방하나 덜렁 메고 여행을 떠납니다. 어떤 사람은 설명되어진 세상을 꿈꾸며 여행가방을 챙기고 계획되어진 길을 떠나갑니다. 이 가을에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이야기 합니다. 80%는 관광을 여행이라고 합니다. 20% 정도만이 여행을 하는 것 같습니다. 삶도 이렇지 않을까요. 여백을 만들고 여백을 채우는 여행자의 길을 가는 자들이 있을 것이고 불안보다는 안정면에서 예정 되었다고 생각하는 (그 예정도 삼류여행사의 스케쥴마냥 언제나 변동이 되지만) 관광의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삶이 때로 여행이냐 관광이냐의 정체성에 부딪히지만 한철의 삶도 그렇고 하루의 시간도 그럴 것입니다. 이 치열한 시간의 삶 속에서도 이 가을은 여행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추석 몇 일전 저는 네 살, 15개월 된 동쪽의 차여 있는 물(동영)과 동쪽의 물(동호) 그리고 아내와 더불어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냥 떠난 길. 배고프면 밥 먹고 코스모스핀 곳 있으면 들어가 드라이브를 즐기고 정선,임계,망상,강릉,오대산,제천으로 이어진 2박 3일의 여행이었습니다. 강릉을 지나 동해고속도로를 지나다가 휴게소를 들어갔습니다. 부서지는 햇살, 커피한잔, 바다를 담은 하늘, 가끔 지나가는 차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너무도 여유로운 휴게소 놀이터의 시간 속에 나는 동호의 고사리 손을 잡고 읊조렸습니다. “아! 행복하다.” 여백의 미속에 풍덩하고 나를 던졌던 시간입니다. 여행의 여파로 아이들이 코를 찔찔 거리지만 그래도 막내마저 요즘은 바람이 났습니다. 손가락을 가리키며 저만 보면 무조건 나가자고 합니다. 참으로 여행하기 좋은 시간입니다.

2006년 10월 9일 추석이 다한 시간에
김 익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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