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정진하십니까?

01 8월 용맹정진하십니까?

용맹정진하십니까?

지난 2월 나는 폭설이 내린 오대산 암자에서 몇일간의 휴가를 즐겼다.

푸른 하늘 높은 산봉우리 바람속에 둘러 싸인 그 암자를 지배하는 시간은 한마디로 빈틈없는 용맹정진이었다. 그 찬란하고 눈부신 백설의 설경과 침묵속의 자유로운 시간속에서 내가 담아 온 것은 용맹정진이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서슬퍼런 젊은 선승들도 만났고 눈 쌓인 설국을 관통하는 오대산행 버스안에서 출가한 친구의 흔적을 찾으러 왔다는 교수님도 만났다. 내가 배정 받은 방에서는 출가를 하겠다고 암자에 머무는 고향 후배도 만났다.

몇일 간의 휴식을 마치고 내려오던 날 나는 직업이 기관사라는 출가를 꿈꾸는 고향후배를 앉혀 놓고 당부를 하였다. “절대 출가하지 마세요. 몇 일을 지켜보니 그 근기로는 이 무서운 용맹정진의 시간을 버티지 못합니다. 내려가서 아들 꼭 껴안고 세상 속에서 용맹정진하세요.” 어쨌든 나의 판단이고 삶은 스스로 결단하고 스스로 그 결과의 짐을 지고 가는 길이니 그 이상은 내 소관 밖의 일일 것이다.

잘 살펴 보면 오늘을 야무지게 용맹정진으로 사는 것이 내일에 완성될 자신의 성전을 이루는 벽돌이 된다. 이미 내일은 오늘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늘 속에 내일이 있고 오늘 속에 어제가 있다. 오늘의 질이 내일의 오늘을 결정하는 것이다.

성공은 내일의 이미지가 아니라 오늘이란 삶의 양식이 만들어가는 과정의 역사이다.
엄마 젖을 빠는 아기처럼 아기에게 젖을 내주는 엄마처럼 바로 그 순간 그들은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느슨한 삶이 만든 벽돌은 언젠가 외형적으로 거대한 성이 만들어져도 그 성이 무너지는 최초의 원인이 되고 말 것이다.

위대한 삶의 거성을 만드는 견고한 벽돌은 자기 자신을 믿고 자신의 삶에 극한적으로 충실하며 치밀하고 부단히 나아가는 용맹정진의 시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누구나 이 우주와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매일 매일의 벽돌을 찍고 있다. 오늘 나는 어떤 벽돌을 찍고 있을까? 시간 속에서 바람 속에서 무너져 가도 호롯이 남아서 역사의 흔적을 지킬 그 마지막 벽돌하나를 꿈꾸며 사는 시간, 그 상상은 긴장과 희열을 제공한다. 용맹정진 합시다.

2014년 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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