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우도
우도
제주도 성산포항에서 성산포를 옆으로 두루고 배를 타면 10분여 뒤 배는 우도항에 닿는다. 순환 관광버스가 여행자를 기다리고 어느새 우리들은 우도에 깊숙히 들어가 있다.
환상은 갖지말자. 우도는 그냥 제주의 한 작은 섬이다. 화산암으로 둘러쳐진 밭울타리가 선을 잘게 잘게 나누고 있고 이 거친 땅에서 우도 사람들의 삶은 바다속에 뛰어 든 해녀들의 채취와 농사가 전부였다. 버스는 우리들을 서빈 해수욕장에 내려다 놓는다. 동양최대의 산호가루 해수욕장이란 말에 너무 가슴 설레이지 말자. 한참을 그 동양최대를 찾아 헤멜 테니 말이다. 서빈 해수욕장은 육지의 과대 포장된 선전에 부끄러하듯 살포시 얼굴을 내미는 작은 산호백사장이다. 서빈해수욕장이 동양최대라고 선전한적은 없다. 서빈해수욕장은 무죄다. 단지 육지의 오바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떠들고 다녔을 뿐이다.
우도는 저녁일몰이 아름답다. 제주 본섬으로 떨어지는 붉은 일몰은 서해와 다른 장엄미를 선사한다. 해가 진다기 보다 한라산 어느 깊은 골짜기로 스며드는 느낌을 준다.
해가 지고 달이 뜨면 밀물이 몰려오고 그 작은 해수욕장은 처녀가 밤내가에서 목욕을 하듯 비로소 바다에 몸을 담근다. 그 해수욕장이 바라다 보이는 둔덕에서 순박한 어부가 주고간 고기로 엉성히 회를 떠서 소주 한잔을 마시면 비로소 우도가 좋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 부부는 첫날 우도로 바로 들어와서 하루를 우도에서 보냈다. 우리부부가 정한 민박의 작은 방은 영화배우 전지연이 “시월애”를 찍으면서 2달간을 묵었다는 방이었다.
다음날 아침 우도는 밤새 밀려 온 바다물에 환하게 넓어진 얼굴을 보여주고 있었다.
부서지는 햇살 작지만 새하얀 백사장. 우도의 아침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스노클을 하며 아침시간을 보내다가 우도 포구로 다시 나와 매운탕을 시켜 먹고 성산포로 나왔다. 우도는 그런 섬이었다. 그냥 조용하고 화려하지 않은 작은 섬. 우도가 보고 싶다면 그냥가라, 아무런 기대도 하지 말고, 그것이 우도의 마음일 것이다.
2002년 6월 15일부터 16일까지 제주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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