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우리는 왜 노동을 하는가?
우리는 왜 노동을 하는가?
가을비가 스치고 지나간 아침 창가로 보이는 남한산성줄기의 산은 어느덧 단풍의 화려함을 내려놓고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이 기쁘고 슬플 뿐이지 자연은 흥도 비탄도 없이 담대한 흐름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는 제안서를 완성하고 요즘 정성을 들이던 진취성 진단지를 완성했습니다.
오후에는 아침의 긴장을 풀고 화목난로에 장작불을 들입니다.
탁탁 소리를 내며 타는 장작불을 바라보노라면 이 편안함을 위하여 오전의 긴장이 존재하였음을 발견합니다.
인간은 왜 노동을 하는가란 질문에 길버트라는 학자는 여가시간의 확보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저도 그의 말에 동감을 합니다. 노동의 질이 만드는 가치는 스스로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힘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끝없는 노동의 시간은 있지만 잠시라도 자신만의 여유를 누릴수 없다면 그 삶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치열한 노동의 시간이 없이 여가를 쉽게 획득하는 삶도 잘못된 방향은 마찬가지입니다. 치열과 이완의 하모니가 만드는 삶의 운율이 모여 아름다운 인생의 심포니를 만듭니다.
흔히들 성공한 사업가들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정신적 이상증후군이 조증躁症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누리는 힘의 원천은 정신적으로 위험한 경계인 조증에서 창출이되곤 합니다. 물론 그 성과가 평생 조증으로 끝난다면 그 만큼 불행한 인생도 없을 것입니다. 히말라야의 원주민이 천길 낭떠러지에서 죽음의 공포를 이기고 대나무 밧줄에 의지한 채 석청을 따듯, 우리가 꿈꾸는 여유, 우리 삶의 중요한 목표인 진정한 자유에서 비롯되는 여유는 치열한 노동의 결과치입니다.
주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을이 다 가고 있습니다. 이 시절의 치열한 삶은 가을끝자락의 아름다움을 누리기 위한 이유로서 존재할 때입니다. 오늘의 치열함이 주말의 낮잠과 TV로 귀결되는 슬픔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동動은 정靜을 품고 있고 정은 동을 품고 있듯이 오늘의 이 긴장이 만드는 동의 시간이 아름다운 정으로 피어나길 바랍니다.
어느덧 단풍진 서산으로 해가 지고 어둠이 조용히 사무실에 몰려와 화목난로를 안은 채 나를 쳐다봅니다. 좋은 시간입니다 하면서…
2014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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