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의 아이스께끼

01 8월 이 여름의 아이스께끼

이 여름의 아이스께끼

“강을 건너느라고 지하철이 지상으로 올라섰을 때
말없이 앉아 있던 아줌마 하나가 동행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한다.
눈 온다.
만화책을 보고 있던 빨간머리 계집애가 재빨리 핸드폰을 꺼낸다.
눈 온다.
한강에 눈이 내린다.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윤제림-

삶은 여행객을 실은 기차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시간이다. 요 몇일 매년 겪어 온 더위의 시간이었지만 처음 겪어 보는듯한 착각을 하게 하는 습하고 더운 시간 속에 있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시원하게 장마 비가 뿌린다. 습하고 더운 기운은 저 멀리 잠시 뒤꽁무니를 빼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다시금 삶의 한 기억을 장식할 여름의 역을 출발하여 때로 덥고 습하며 때로 장쾌한 소나기의 변덕이 있는 시간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몇일간의 무더위 속에서 아이스께끼의 환상을 느꼈다. “아이스 께끼!”어린날 무더운 날 우리들을 유혹하고 행복하게 해준던 파란 페인트 통의 아이스께끼 아저씨는 다 어디로 갔을까. 우리가 이 터널을 건널 수 있음은 우리들 가슴속에 있는 더위를 식히는 저마다의 아름다운 아이스께기의 기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열이 많은 나는 지난 몇일의 무더위 속에서 힘 빠진 백곰처럼 살다가 문득 몇 달 전에 경험하였던 기억속 아이스께기를 끄집어 냈다. 윤제림 시인의 지하철에 눈이내린다를 통하여 한강을 건널때 지하철 너머로 흩날리던 눈을 기억하였다.

우리가 오늘을 버틸 힘은 누구나의 가슴에 지난 겨울의 추억이 자리 잡고 있음을 새롭게 깨닫는다. 사랑이 깨지기 쉬운 계절에 편의점 파라솔아래서 말없이 아이스 커피를 마시는 저 청춘의 사랑을 묶어 주는 것도 아이스께끼 같은 추억일 것이다.

이 무더위조차도 머지않아 마주할 추운 겨울의 터널을 걸어갈 생명의 나그네들에게는 따뜻한 손난로 같은 기억으로 돌아올 것이다. 아. 그때는 힘은 들었지만 춥지 않았지라며 그 추운 삭풍의 겨울 길을 걸어갈 힘을 줄 것이다.

이 더운 날에 가만히 가만히 생각하여 보면 내안에는 추운겨울바람의 터널을 걸어 온 아이스께끼 같은 경험의 힘이 나를 식혀주고 있고 오늘의 힘듬은 내일의 힘을 축적하는 의미를 쌓아가는 시간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이 무더운 날은 안으로 안으로 나를 돌아보기 좋은 시간이다. 더워서 말이 없어지면 비로소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본다. 힘겹게 써우는 자신의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는 이야기한다. 즐겨라. 즐겨라. 받아들여라. 받아들여야. 곧 가을이고 곧 겨울이러니 이 또한 그리움이 될 것이고 이 또한 즐거움이 되며 이또한 아름다운 당신만의 아이스께끼가 되리니.
이를 증명하듯 장하게 장하게 장마비가 쏟아지는 날이다.
장한비처럼 장한 나로 이 계절을 즐기는 당신은 장한 생명이다.

2015년 7월 23일 더위뒤 비가 쏟아지던 날 남한산성자락에서
하카 김익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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