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계십니까?

01 8월 잘 살고 계십니까?

잘 산다는 것은

지난 일요일 아침, 나는 집뒤의 칠사산을 오르고 있었다.
고려말 선비 일곱명이 들어와 절개를 지키며 살아서 불려졌다는 칠사산. 경안천을 걷다가 보면 나만이 아는 가파른 고개길이 나오는데 나는 그 길을 좋아한다. 그 가파른 고개길을 따라 오르면 완만한 능선길이 펼쳐진다. 적막한 산길. 잎을 떨구고 담담히 서있는 상수리 나무들 사이로 서걱대는 낙엽만이 발밑에서 화답을 하는 곳. 생각을 만들어내고 생각을 거르기 좋은 산길이다.

능선을 걷다가 바위에 앉아 땀을 식히다 보니 문득 질문하나가 내주위서 머물다가 답 하나를 던져주고 사라진다.
‘잘 살고 있다 함이 과연 걱정없이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의 영위을 말하는 것일까?’

지금껏의 삶에서 너무도 많이 목격하여 왔다. 외형적으로 풍요롭던 이웃과 친척들이 시간속에서 그 재산이 흩어지고 가족이 이산하는 모습들을. 반복되어지는 물질과 권력의 등장과 쇠멸을 생각하여 볼 때 진정 우리가 오늘 잘살고 있습니다. 하는 이야기는 오늘 물질적으로 많이 가졌습니다. 권력을 꿰어 찼습니다.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런 것에 기반하여 잘산다함을 정의한다면 다른 말로 머지 않은 쇠멸을 이야기하고 있음일 것이다.

그렇다면 진실로 잘살고 있습니다. 하는 말은 기나긴 흐름의 차원에서 볼 때 삶의 긴장을 놓지 않으며 삶의 방향을 잘 유지하며 겸손과 근검으로 하루 하루를 충실히 채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의 의미로 채워져야만 할 것이다.

불행을 잉태한 100%의 물욕보다 80%의 낮춤으로서 지족하고 감사하며 내면의 충만을 자산 삼아 사는 삶이 진정 오늘 잘 살고 있습니다의 지혜일 것이다.
가진 것은 크게 없지만 씩씩한 아들들과 검소한 아내와 더불어 이렇게 내 삶의 여유를 찾을수 있는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기회속에 사는 이런 삶도 삶의 큰 흐름에서 보면 잘살고 있습니다의 하나란 생각에 능선을 흝고 가는 차가운 바람조차 춥지 않은 시간이었다.

절개를 지키던 의인 7인이 머물던 칠사산 능선길에 감사를 품은 사람하나가 그날 자박 자박 낙엽을 밞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2009년 11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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