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 다섯 토막의 행복이 봄날에 스미다.

01 8월 장작 다섯 토막의 행복이 봄날에 스미다.

장작 다섯 토막의 행복이 봄날에 스미다.

간밤에는 비가 내렸다. 차가운 기운이 빗속에 스미어 있었다. 강원도에 눈이 내리는 소식이 차가운 빗속에 담겨있었다. 오늘 아침은 날이 너무 좋다. 참으로 봄다운 기운이다. 절망 속에 희망이 있다는 말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날씨이다. 삶은 희망과 인내의 반복 속에 이어가는 긴 역사이다.

일요일 아침 일찍 사무실에 나와 안골 종가집에서 얻어온 참나무를 톱으로 썰었다. 한 박스의 나무가 준비되었다. 참나무 다섯 토막이면 하루가 행복하다. 난로에 불을 지피고 활활 타는 난로옆에 정좌를 하고 앉아서 커피를 마신다. 못다 읽은 책을 넘긴다. 나무 타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면 봄을 품은 남한산성줄기를 품은 산이 그윽하니 눈가에 들어온다. 행복이 이 것이다.하는 느낌이 온몸을 뒤흔든다. 그저 바로 이 순간의 절대적 그림과 그 그림이 뿜어내는 따뜻한 정신적,감성적,육체적 순박의 질서.

퇴계선생은 장인인 권질의 초당 이름부탁에 사락정(四樂亭)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 네가지 즐거움 중에 하나가 ‘땔감하기’였다고 한다. 그 말이 공감되었다. 마음과 몸이 흐트러지거나 피로한 날 주변산으로 나가 땔감을 한 무더기 하고 오면 그 넉넉한 마음이 참으로 좋았다.

올해 사무실을 교외로 옮기고 이런 즐거움을 얻고 보니 나의 과제중 하나가 더불어 이런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것이다.
잇속에 눈이 반짝이는 가벼운 영혼들이 아니라 깊은 중심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들과 잔잔한 즐거움을 차 한잔, 막걸리 한잔에 바쁜 시간을 틈내 함께 누리는 일이다. 희언(稀言)은 자연(自然). 그런날 말이 많지 않아도 좋다.
탁탁 소리를 내며 참나무 타는 풍경이 좋은 봄날이다.

2013년 3월 31일 일요일. 광주의 사무실 하가락가재(何嘉樂歌齋)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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