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저녁이 있던 휴가를 보냈나요?
저녁이 있던 휴가를 보냈나요?
그 동안의 삶에서 슬리퍼 신고 유유자적하며 산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을 구경한지가 얼마나 되었나요. 자신만의 저녁을 잊고 사는 삶. 삶의 빛을 놓친 어둠으로 어둠으로의 고군분투는 시력을 잃은 두더지의 삶으로 우리를 변모시킨다.
때로 우리는 묻는다, 아니 물어야 한다.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대부분이 행복이라고 대답한다. 그 행복이란 것이 무엇인가. 주관적 개념이지만 그중의 중요한 것 하나가 나의 집 앞마당에서 하루의 노고를 내려놓고 여름저녁의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볼 수 있는 권리를 누리며 사는 것이 아닐까.
어느 대권 후보가 말했다는 저녁이 있는 삶의 표현이 마음에 들어오는 시간이다. 정치인들이야 그들의 권력욕을 명분으로 만들어 선동하는 것이 직업이니 크게 담을 것은 없지만 그래도 한 귀퉁이 남아있는 우리들의 순수한 마음자락에 울림을 주는 표현이다.
저녁이 있는 삶은 선거철만 되면 시장의 순대국밥 집에 나타나는 저들이 완성시킬 과제는 아니다. 저녁이 있는 삶은 스스로 각성하고 만들어 갈 인생의 미션이다. 이 여름 휴가철하루만이라도 슬리퍼 신고 집 앞을 걸으며 여름날의 잊고 산 저녁노을을 보자.
인생 뭐 별 것 있는가, 그런 아름다움 담으러 온 것 아닌가.
2012년 8월 13일
비가 하루 종일 내린 다음날 김 익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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