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족과 탐욕의 가운데 가을이 서있다.

20 10월 지족과 탐욕의 가운데 가을이 서있다.

지족과 탐욕의 가운데 가을이 서있다.

 

긍정적인 밥

 

시 한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한권에 삼천원이면 든 공에 비하여 너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시집이 국밥 한 그릇 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권 팔리면 내게 삼백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바다처럼 상할 마음이 없네

– 함 민 복-

 

가을이 시작되면 아침마다 팔당의 운무가 내가 머무는 사무실 앞산을 휘감는 장관을 연출한다. 나는 그 운무를 보며 가을이 옴을 안다.

용처럼 꿈틀대던 새벽의 기운을 머금은 운무는 잠깐 눈을 돌린 사이에 사라지고 산에는 어느덧 가을색이 촘촘히 박혀오기 시작한다.

오늘도 하루는 이렇게 시작한다. 오늘도 하루는 숨을 고루며 시작한다.

커피내리는 소리. 라디오의 음악, 가벼운 운동, 그리고 안으로 조용히 나를 볼 수 있는 침묵, 아침은 그저 이런 사소한 평화로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그러나 지족(知足)이 행복은 아니다.

지나친 탐욕은 스스로를 망치고 지나친 지족은 타인에 의하여 망쳐지기 때문이다. 적절한 욕망과 적절한 지족의 균형이 있는 가운데에 가을이 서있다.

과하면 사라지고 멈추면 썪어가는 이치속에서 중용의 지혜를 생각하게하는 가을이다.

아름다운 계절의 초입에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균형이 있는 시간으로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2015년 10월 13일 맑은 초가을날

하카 김익철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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