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선 왕, 학교에선 “야 폭력이다 사진 찍어

01 8월 집에선 왕, 학교에선 “야 폭력이다 사진 찍어

지난 3일간 아내, 그리고 쉼없이 긴장을 제공하는 아들 둘과 설악산,강릉,평창쪽으로  비가 오는속에 피서가 아닌 여행을 다녀왔다.갔다 와서는 바로 쓰러졌다. 고열 38도. 두놈들과 여행만 갔다오면 끄떡없던 강철체력 소리를 듣는 나도 별도리가 없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읽은 다음의 글은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다닐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우려되는 현실을 잘 표현한 이야기로 다가선다.

“집에선 왕, 학교에선 “야 폭력이다 사진 찍어”<칼럼>”체벌금지도 몰라요 왜 때려요” 교권유린 천태만상
교사들 교육 포기…체벌금지의 미명하에 교실이 죽어간다정우택 언론인 (2011.08.04 17:41:18)

“야, 폭력이다. 사진 찍어.”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이었던 박 모 교사(40). 과학 실험을 하고 있는데 학생 몇 명이 장난을 치다 실험기구를 넘어뜨려 비커가 깨졌다. 순간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교사가 장난친 학생을 어떻게 하는지 보기 위해서다.

장난을 친 학생들은 잘못을 뉘우치기보다 웃으며 책상 밑으로 들어갔다. 학생들을 웃기기 위해서였다. 약간의 영웅심리가 발동한 것이다. 교사에게 꾸중 듣는다는 생각이나 걱정은 아예 하지 않았다. 이를 본 다른 학생들은 재미있다는 듯 웃어댔다.

박 교사는 장난친 학생 3명을 앞으로 불러냈다. 3명은 빙긋빙긋 웃고, 몸을 비비꼬며 나왔다. 학생들은 웃었고 교실은 어수선 했다. 박 교사는 수업 분위기를 잡기 위해 3명을 한 줄로 세워놓고 수업을 했다. 교실은 어수선했다.

화가 난 박 교사는 서 있는 3명에게 다가가 눈을 크게 뜨고, 손을 번쩍 들어 한 대 때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학생들은 ‘담임교사가 겁만 주지 실제 때리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학생들은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야 폭력이다. 사진 찍어.”

한 학생이 소리쳤다. 이어 여기저기서 “폭력. 폭력”이라고 외쳤다. 몇몇 아이들이 핸드폰을 꺼내들고 사진을 찍으려 했다. 물론 상황을 파악한 박 교사는 학생을 때리지 않았다. 그러나 너무 기분이 상해 수업을 할 수 없었다. “야 폭력이다. 사진 찍어.” 이 말 한마디가 박 교사의 교육에 대한 애착을 짓밟아 버렸다.

박 교사는 수업시간에 장난치다 비커를 깨고, 그것도 모자라 학생들을 웃기려고 책상 밑으로 기어 들어간 학생에 대해 담임교사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조용히 해” 하고 소리치는 것 밖에 없다는 게 마음이 무척 아팠다. 박 교사는 우울한 기분으로 수업을 끝냈다.

경기도 시흥의 정 모 교사(45). 쉬는 시간에 창가에 서서 학생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발을 걸어 넘어뜨리기도 하고, 머리를 잡아당기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서로 볼을 만지기도 했다. 한 학생이 뛰어왔다.

“선생님, 복도에서 애들 싸워요.”

정 교사는 얼른 복도로 갔다. 두 학생이 싸우고, 몇몇 학생이 싸움을 말리고 있었다. 정 교사는 담임교사가 나타나면 싸움을 멈출 줄 알았다. 그러나 더 했다.

정 교사가 “너희들 왜 싸워” 하면서 떼어 놓으려는 순간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꼭 권투선수가 상대방 얼굴을 가격하는 것 같았다. 순간 맞은 학생의 얼굴에서 ‘퍽’ 소리가 나고 안경이 시멘트 복도에 떨어졌다.

“아차, 이거 눈 다쳤구나!” 정 교사는 겁이 덜컥 났다. 먼저 눈을 살폈다. 다행히 눈 주변에 약간의 상처만 있었다. 눈동자를 다치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만일 눈을 다쳤다면 정 교사는 소송을 당하고, 이리 저리 불려 다녔을 것이다.

정 교사는 때린 학생을 세워놓고 “얼굴을 때리면 어떻게 해”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게 고작이었다. 교사가 말리는 데도 얼굴에 주먹을 날린 학생의 엉덩이를 한 대 때릴 수도 없었고, 뺨을 한 대 때릴 수도 없었다. 때린 학생은 의기양양하고, 맞은 학생은 분해서 울고 있었다. 체벌이 금지되면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일들이다.

이와 관련, 천안의 한 중학교 최 모 교사는 체벌금지가 가해학생의 인권만 보장하고, 피해 학생의 인권이 침해받는다고 말한다. 다른 학생을 때리고, 괴롭히는 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제재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어깨를 펴고 다닌다. 반대로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이 두려워 학교를 옮기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정상적으로 생각하면 다른 학생을 때리고 괴롭힌 학생이 전학을 가든지 학교에서 꾸중을 듣든지 해야 하지만 교육 현실은 거꾸로다. 때린 학생은 당당하게 다니고 맞은 학생이 피해야 한다. 일선 교사들이 고민하는 게 바로 이 문제다. 체벌금지가 가져오는 ‘숨어있는 문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기간제로 근무한 고 모 교사(53). 출근 첫날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고 선생님, 아이들이 수업도중 무척 떠들겁니다. 떠들면 교장실로 연락하세요. 내가 가서 혼내주든지 수업을 할게요.”

고 교사는 “애들이 얼마나 떠들면 교장 선생님이 수업을 한다고 할까?” 하고 생각하며 교실에 들어갔다. 수업을 하는 데 교장 선생님이 교실 옆을 몇 번 지나갔다. 아이들이 떠들지 않고 수업을 받는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교장 선생님의 말은 현실이었다. 전체 30명 가운데 6명이 수업 분위기를 망쳤다. 한 학생을 달래 놓으면 다른 학생이 번갈아 가며 웃기고, 이상한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고, 자리를 옮겨 다니고, 화장실을 드나들었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지 않고, 수업이 시작되면 바로 화장실에 간다고 앞으로 나왔다.

참다못한 교사가 학생에게 다가가 지휘봉으로 책상을 내치치며 “수업 방해하지 말고 조용히 해.”하고 호통을 쳤다. 학생은 고 교사를 노려보며 “왜 때려요!”하고 소리를 쳤다. 교사의 호통을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대들었다.

이에 당황한 고 교사가 “내가 언제 때렸어. 책상을 두들긴 거야.”하자 학생은 “선생이 체벌 금지도 몰라요. 책상 쳐서 놀라게 하는 것도 체벌이잖아요” 하고 대꾸했다. 고 교사는 속에서 부글부글 끓었지만 혼자 마음을 삭여야 했다.

서울에서 고학년을 가르치는 김 모 교사. 그는 50대 중반의 여교사다. 자녀도 출가 시켰다. 김 교사는 학부모 초청 수업을 하다 당황한 일이 있다. 수업을 하고 있는데 뒤에 어떤 학부모가 검은 안경을 쓰고, 짧은 치마를 입고, 다리를 꼬고 앉아 수업을 참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50대 중반의 담임교사가 수업을 하는 데 딸 또래의 학부모가 검은 안경을 쓰고 다리를 꼬고 수업을 참관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담임교사가 수업을 하는 데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지.” 김 교사는 이런 생각을 하며 교사를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했다.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김 교사는 학급 어린이가 싸움을 해서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고, 가정에서도 학생 지도에 힘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학부모가 화를 내며 “당신이 잘 가르치면 그런 일이 없잖아요!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가정에서 어떻게 하란 말이요”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고 하소연했다. 그 이후 김 교사는 절대로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지 않는다.

교사를 더 ‘골 때리게’ 하는 것은 학부모가 얼굴도 전혀 모르는 담임교사를 평가하는 것이다. 1년 동안 전화도 없고, 만나본 적도 없는 학부모가 교사의 수업, 자실, 학생지도 등 전반적인 것을 평가하도록 한 것이다. 이 평가는 매우 중요해 교사의 성과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교사는 “학교에 애들 가르치러 가는 게 아니라 평가 받으러 간다”고 말했다. 그는 “교장 교감에게 평가받고, 동료 교사에게 평가 받고, 학생들에게 평가받고, 학부모에게 평가를 받는 게 요즘 교사들이다”며 꼭 새장 안에 든 것 같다고 하소연 했다.

교사들은 체벌금지가 가져오는 심각한 문제를 몇 개로 꼽는다. 가장 골치는 무분별한 사진 촬영이다. 위에서 “야, 폭력이다. 사진 찍어” 하는 말은 가볍게 넘기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지만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사진을 찍든 안 찍은 이런 말을 듣는 교사는 정이 뚝 떨어진다.

둘째는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괴롭힌 학생은 활개치고 다니는 데 오히려 피해학생이 학교를 옮기는 문제는 체벌 반대론자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다. 현재 대로라면 가해자는 인권이 있어서 처벌하면 안 되고, 피해자는 인권이고 뭐도 없는 셈이다. 이런 걸 볼 때 교사는 마음이 찢어진다고 했다.

세 번째는 학생들이 눈을 똑바로 뜨고 대들어도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말로 타이르면 듣지 않고, 그렇다고 한 대 쥐어박을 수도 없다. 가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학생을 때렸다가 곤욕을 치르는 교사를 신문에서 보게 된다. 고 교사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느라 마음고생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넷째는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무례한 행동이다. 학부모는 교사를 담임으로 대하기보다 자기의 ‘감시를 받아할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교사들은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오는 것을 아주 꺼린다. 교사와 학부모 간에 소통의 통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많은 교사들이 학부모와의 소통에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교사는 “체벌 금지는 이론적으로는 아주 좋은 데 현실적으로 교사의 의욕을 빼앗고, 수업 분위기를 망치고, 학생이 교사에게 대드는 문제가 생긴다”며 “당국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가 아무 잘 못도 없는 학생을 기분에 따라 꾸짖는 게 아니다”며 “자녀의 양육과 교육을 위해 부모들이 마음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자녀들이 가정에서는 귀하다는 이유로 꾸지람을 듣지 않고, 학교에 오면 체벌금지라는 이름으로 행동에 제재를 받지 않아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왕처럼 자라는 면이 있다”며 적절한 규제와 사랑이 조화를 이루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내버려두면 체벌금지의 미명하에 교실이 죽어갈 것이라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글/정우택 언론인·전 헤럴드경제 부국장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