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추석의 기억한편
벌써 3년여가 지난 시간의 이야기입니다.
늦바람이 휘휘 부는 가을과 같은 외로움의 형상으로 결혼도 안하고 버티던 시절의 추석날 밤. 나는 그날 오랜 죽마고우와 함께 자전거를 끌고 어느 산골짜기에 있는 그 친구의 친구집에서 소주 한잔을 걸치고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달은 휘영청 밝은데 그 달빛은 밝다 못해 온 산의 소나무를 반지르르 빛나게 하고 천수답의 벼이삭도 황금빛으로 채색을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산길을 걸어 내려 오다가 어느 돌담을 지닐 무렵, 갑자기 그 친구가 자전거를 숲으로 휙 집어 던지더니 달을 향하여 절을 하였습니다. “야!. 너 뭐 하는거야?’ 하는 나의 질문에도 대꾸하지 않고 그 친구는 달을 향하여 연신 꾸벅 대며 절을 합니다. 하지만 그 친구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을 듣고 난 나는 묵묵히 웃으며 달만 쳐다 보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행복한 추석이었습니다. “달님. 올해는 익철이가 좋은 여자 만나서 장가가게 해주세요!”.
어쨌든 그 해 겨울에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그리고 그 다음 해 봄에 결혼을 하였습니다. 지금도 생각하여 보면 참으로 소설 같은 에피소드입니다.
풍요로운 가을입니다. 그리고 추석입니다. 이 땅엔 독선의 리더십이 흐르고 민심은 흉흉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압니다. 저 구름은 잠시 보름달은 가린 구름일뿐이라고 구름은 절대로 저 보름달의 달빛을 가리지 못할 것입니다. 올해는 전국 여기 저기서 보름달을 보시면서 마음속에 따뜻하고 뜨거운 소망 담아오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약속 드릴께요. 그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 진다고.
행복한 추석 보내시기 바랍니다.
경기도 광주의 시골마을에서 김 익철 배상 200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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