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칩이 빠진 시대-몰상식의 상식
봄인가 하였더니 여름이다. 꽃인가 하였더니 잎이다. 시간은 어김없이 오늘도 변화의 큰 축을 돌리고 있다. 숲에서 전주의 피곤을 달래려고 자전거 타고 해먹하나 싣고 달려간 무갑리 계곡은 지난해 수해를 복구한다고 포크레인의 기동소리가 요란스럽기만 하다. 지난해까지 보였던 자연계곡의 모습은 사라지고 강남의 조형미인들처럼 각이 탁탁 만들어진 제방이 얼굴을 보이고 있었다. 어디에서도 자연이 만든 아름다움의 아취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런 환절기에는 맥을 못 추스릴 때가 있다, 그런 날 산을 찾지만 그 곳도 몸과 마음의 추스리러 오는 사람들로 인하여 고요하지만은 않다. 마음을 놓고 정신을 풀어 놓을 때 흔히들 나사가 풀렸다고 하였다. 그래도 나사가 풀리면 정신만 가다듬으면 된다. 오늘날 여기저기서 보이는 사람들의 행태는 과거에 흔히 쓰던 나사가 풀렸다로 표현이 안 된다. 전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모습의 일들을 여기저기서 목격한다. 정신병자나 했을 말과 행동들이 때로 환호를 받기도 한다.
옛 상식을 가지고 오늘의 상식을 논하기 어려운 시대다. 나는 이런 시대, 이렇게 양산된 세대들을 칩(Chip)이 빠진 세대라고 말한다. 아예 처음부터 교양과 상식이란 프로그램의 회로 칩이 없이 양산된 세대를 말한다. 애초에 없기에 감정의 소용돌이도 자기비교의 대상도 없다. 단지, 그래서 뭐가 문제인데?라는 의식만 사회적 반발로 돌아온다. 이런 칩이 빠진 걸어다니는 시스템을 만나면 빨리 피하는 것이 상식이다.^^
시대가 나사 풀리고 칩이 빠져도 자연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순리의 상식을 돌리고 있다. 이 봄에 나도 두렵다. 혹시 나도 나사가 풀리지 않았는지, 있어야 할 개념의 칩이 장착되지 않았는지, 혹은 녹슬지 않았는지.
아름다운 계절의 칩타령이었다. ^^
2012년 4월 31일 김 익철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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