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쓸고 간 개울가에서 질서를 발견하다.

01 8월 폭우가 쓸고 간 개울가에서 질서를 발견하다.

지난 추석은 잘들 보내셨는지요.
긴 추석 폭우 속에서 추석을 맞이했습니다. 추석 전날은 광화문에 책을 사러 갔다가 광화문이 온통 물바다가 되는 풍경을 목격하였습니다.

추석을 보내고 홀로 고향 제천으로 여행을 갔다 왔습니다. 죽마고우와 20년만의 동심으로 돌아가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어린 시절 개울가에서 물장구치고 고기잡고 놀던 그 친구와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서 천렵을 하자고 약속을 했던것입니다.
물이 불어난 개울가를 찾아 투망을 치고 낚시를 던졌지만 고기는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그래도 맛있는 매운탕을 끓여 먹었으니 신기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끓여 먹었냐고요. 누군가가 아침에 잡아서 놓고 간 제법 큰 누치를 4마리나 물가에서 발견하는 행운을 얻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왜 그 사람이 누치를 버리고 갔는지는 다 끓여 놓고 먹다 보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잔가시가 많은 고기는 처음 보았습니다. 실오락 같은 잔가시를 가려내는 위험한 시식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나의 집으로 돌아 온 것은 토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일요일 오후 오랜만에 아이들과 경안천가 산자락을 따라 난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러 갔습니다. 따가운 햇살이 제법 야무지게 느껴졌습니다. 상수리나무 그늘로 들어가면 언제 뜨거웠냐는듯 선선한 바람이 몸을 스미며 들어 옵니다. 여기저기 상수리가 떨어져 알맹이를 삐끔 삐끔 보이고 있고 물에는 한 떼의 잉어가 집단 유영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 옵니다.

땀을 식히며 오래 된 산책로를 바라 보니 깨끗하게 정돈이 되어있었습니다. 여름철 내내 사람들이 남겨뒀던 무질서의 흔적도 무성하던 수풀도 깔끔하게 정리가 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누가 했을까? 신기하여 슬슬 자전거를 타고 가며 보니 사람이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추석 전에 내렸던 폭우가 여러 차례에 걸쳐서 쓸고 가며 주변을 청소하고 지나간 것이었습니다.

산자락이 끝나는 묘지옆 그늘에 앉아 무갑산과 고추잠자리를 잡는라고 정신이 없는 아들들을 바라보며 질서를 생각하여 봅니다. 어제의 질서는 무엇일까. 저 흙탕물 저 진흙의 무질서는 무엇인가. 바람에 생각을 맡겨봅니다.

모든 개념의 정의와 문제의 분석은 다음과 같은 명제에서 출발하는 것이란 생각을 거둬봅니다.
‘질서란 완성된 개념이 아니라 순환으로서의 개념이다’
오늘도 개인과 조직은 당면한 문제와 갈등 앞에서 질서를 찾아 헤메이지만 그 질서를 완성된 어떤 것으로 보고 찾는데서 큰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가게 됩니다. 우리가 질서로서 표현하는 행복,성공,안정, 좋은 관계,리더십,성과도 질서적 개념차원에서 보면 순환의 특성 속에 있는 한 순간의 이름인 것입니다. 질서는 소위 우리가 말하는 무질서란 ‘질서 해체’의 단계를 겪으며 다시금 ‘새로운 질서’란 경로를 밟으며 순환합니다.

장마를 보며 서늘한 바람을 보며 깨끗해진 길을 보며, 떼를 지어 노니는 잉어뗴를 보며 또한 아들들의 깔깔대는 모습을 보며 행복을 느끼는 시간. 나도 어느 순간 새로운 질서 속에 놓였던 것입니다. 새로운 시작입니다. 어제의 질서는 잊으십시오. 오늘의 고통이란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고통조차도 받아들이십시오. 우리의 삶이 의지란 질서를 지향하는 한 모든 것은 반복되며 그 반복이 진정한 완성이고 질서란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바람이 감미로운 가을 아침입니다.
행복한 가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2010년 9월 27일
가을바람 얼굴을 어르는 아침에  김 익 철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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