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과 산행

01 8월 현대인과 산행

현대인과 산행

공휴일 오후, 수시로 쳐다 보며 갔다 와야지 갔다 와야지 하던 뒷산을 올랐다. 뒷산이라지만 산자체가 매우 품이 큰 산이다. 6.25때는 이곳을 근거로 한 중공군과 치열한 생사가 가려지던 격전의 현장이기도 하다. 산 곳곳에는 유해를 찾으려는 육군의 노력이 군데 군데 파헤쳐진 구덩이로 남겨져 있다.

무엇보다도 이 칠사산이 좋은 것은 집뒤에 있을뿐만 아니라 조용하다는 것이다. 임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그 침묵속에서 산짐승들의 발자욱과 다람쥐만이 고개 초입에서 나를 응대해준다. 어디선가 저벅거리는 소리가 난다면 이곳을 근거지로 하고 있는 여러 마리의 고라니 발자욱 소리이다. 숨을 고르며 산을 오른다. 정상이 가까운 지점에서 산행을 멈추고 숨을 돌린다. 편안함이 몰려 온다. 산행이 참으로 좋다는 생각이 든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무너진 몸과 마음을 제자리로 돌려 놓는 작업이다. 온몸에 열이 돌고 땀이 솟아 나고 비로소 비틀어지고 멈춰 섰던 근육과 뼈가 제자리를 찾고 그 순간 그 반석위에 마음을 오롯이 제자리를 찾아 앉은채 저 앞을 내다보기 시작한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산행은 무너지는 자신의 원시적 건강을 회복하는 성스런 작업이다.
취미이상으로 자신의 성찰과 내면의 성숙을 하는 시간으로서 산행을 하고자 한다면 홀로 갈 필요가 있다. 말을 놓고 생각을 놓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는 그 시간 속을 유영하다보면 세상의 소음 속에서 놓치고 살았던 내면의 소리가 조용히 들려옴을 느낄 것이다. 그 소리가 참된 길이요. 진리일 것이다. 그 소리를 귀 기울이고 그 소리에 따라 살면 삶은 길을 벗어남이 없을 것이다.

호젓이 오른 산행은 무너진 지난 시간을 단숨에 제자리로 맞춤해주는 기적을 보여준다. 산에는 뻐꾸기 소리가 충만한 시간이다.

2010년 6월 2일 칠사산 자락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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