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호연지기가 필요한 시대
12월하고도 꽤나 지난 시간이지만 아직도 눈다운 눈을 제대로 맞이하지를 못했다. 집앞으로 날아오는 오리떼들도 예년만큼 오지 않고 가끔은 여름에 자주 보이던 두루미가 나는 것을 보면 아직은 겨울이 멀었나 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경제가 어렵고 서민들의 삶이 어렵다 보니 이런 기상의 변화도 서민들에게는 불행중 다행으로 여겨진다. 겨울이 아니래도 여기 저기서 보고 들리는 사람들의 삶은 매우 위축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상의 어려움을 직면하며 두려운 것은 단지 지나가는 과정속의 공포가 아니라 어려움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위축되고 그 위축된 자아를 자신의 모습이라고 규정하며 나머지 삶을 살아갈 위험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의 행동은 과거의 경험이란 각본과 미래에 대한 상상의 영역 속에서 표현되어지는 현실들이다. 오늘 이 따뜻하지만 추운시절의 우리들의 내면은 어떤 모습으로 서있는지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오직 자기 자신만이 가장 잘 알고 있을것이다.
교황청의 승인을 받은 공식 산타클로스가 우리나라에 와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100세도 안 된 사람들이 스스로 늙었다고 여기고 동심을 잃는 게 이해가 안 돼요.400세가 넘게 먹은 나에게는 다 아이들인데.허허허..” 시간속에서 우리의 육신이 생기를 잃을지라도 우리의 영혼은 본래가 저 하늘과 같고 저 푸른 숲과 같이 청청울울할텐데 우리는 시간속에서 자신의 궤를 만들고 그 속에 자신을 꿰 맞추려고 바둥바둥하다가 세월을 보내곤한다.
앞산의 나목들이 그 위세를 다 버리고 허허로움으로 겨울숲의 병사처럼 오늘도 그 자리를지키는 풍경이 연출 되는 시간이다. 가끔나는 그 숲을 응시할 때가 있다. 그리고 물어 본다. 저 숲의 나무들과 우리가 다른점이 무엇일까. 그들은 이야기 한다. 우리들도 추위를 느끼고 받아들이나 결코 인간처럼 스스로 위축되지 않는 자연의 정령을 품고 살아간다고. 그리하여 그 나무들은 어떤 혹한이 오더라도 폭설에 가지가 찢기는 고통이 있더라도 봄이면 따뜻한 햇살을 받아들이고 꽃을 피운다.
해를 넘기며 자연으로 나가보자. 겨울의 광활한 자연속에서 절망을 느끼기보다는 그 허허로움속에서 불어닥치는 저 바람의 위세와 저 청청한 하늘의 기상이 영원히 죽지않는 소우주로서의 모든 생명과 인간의 본질이요 기상이란 것을 마음속에 각인하고 다시 이 세상 앞에 설 필요가 있다. 2005년도는 이런 호연지기 없이는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성이 가장 높은 분수령이기 때문이다.
2004년 12월 13일 동해바다 김익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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