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8월 茶心(다심)으로 나는 추운겨울
혹한이 몰려왔습니다. 갑자기 몰려 온 경기침체마냥 갑자기 몰려온 혹한은 사람들을 사뭇 당황스럽게 합니다. 마음도 추운날 몸도 추우니 이런날 사람들의 마음과 몸은 더욱더 웅크려 질 수밖에 없을 듯 싶습니다.
몇일전 대통령의 새벽 가락시장 방문사진은 많은 사람들을 시큰하게 했습니다. 그 추운날 새벽에 시레기를 모아 파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을 타고 흐르던 눈물은 이 시대 서민들의 자화상이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추운 시절을 다시 보내고 있는지 자각시켜주는 뭉클한 그림이었습니다.
집앞 경안천에는 북쪽에서 날아 온 다양한 종류의 오리떼가 비상을 하고 이륙을 하며 겨울의 풍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부단히 얼음을 뚫고 흐르는 개울물, 부단히 삶을 만들어가는 생명들의 모습은 게을리 살아서 안되겠다. 낙담하며 살아서 안되겠다하는 교훈을 묵묵히 던집니다.
베란다 창가의 풍경을 음미하다가 갑자기 차가 생각나 거실로 들어왔습니다. 가스렌지에 물을 끓이고 얼마전에 고향에 갔다가 이슬 맞은 소국의 꽃을 비닐봉지에 한가득 따왔습니다. 후라이팬에 덖고 말려서 국화차를 만들어 놨습니다. 아내는 위생이 걱정된다고 자신에게는 권하지 말라고 합니다.
따뜻한 물에 소국을 우려냈습니다. 아이들을 부릅니다. 우리 아들들이 어리지만 제법 차를 좋아 합니다. 작은 찻잔에 한잔씩 부어주었습니다. 향을 맡으며 “아빠! 꽃 냄새가 나요!”라며 좋아합니다. 아내는 옆에서 커피를 마시며 미심쩍다는 듯 흘긋 흘긋 찻잔을 쳐다봅니다. 국화 내음이 코를 어르고 달착지근하며 쌉싸름한 맛이 입을 어릅니다. 그리고 눈앞의 어린 아들들의 차마시는 모습. 그 순간이 좋았습니다.
이런날 이런 생각만 납니다. “이 추운 겨울을 다심으로 넘겨보세.” 추운날 마음이 헛헛한날 따뜻한 녹차한잔으로 내면을 적시고 본래 존재하는 안정과 풍요의 구비된 세계를 발견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2008년 12월 6일 경안천 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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