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 12월 12월 굴뚝엔 참나무 연기가 피어오른다.
12월 굴뚝엔 참나무 연기가 피어오른다.
겨울이 오기 전에 참나무 1톤을 사무실에 들였다. 겨울이 저기 있었지만 따뜻한 가을날에 차곡 차곡 복도에 쌓여 있는 참나무단들을 쳐다보면 흐뭇하고 행복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치던 날, 행여 눈이라도 오면 아침을 조용히 불살라 또 다른 겨울의 풍경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12월이다. 아침에 사무실에 오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참나무를 토막내고 난로에 불을 붙이는 것이다. 타닥 타닥 참나무 장작 타는 소리가 사무실의 고요를 깰 때 커피는 향기로서 참나무의 열정을 보탠다. 이곳이든 저곳이든 어디를 여행하든 겨울날 눈속에 파묻힌 마을의 생명을 전달하여 주는 것이 굴뚝으로 모락 모락 피어나는 참나무 장작불 연기이다. 알프레드 테니슨은 그의 시 ‘참나무’에서 이렇게 글을 썼다.
“젊거나 늙거나 저기 저 참나무 같이 내 삶을 살아라.
봄에는 싱싱한 황금빛으로 빛나며
여름에는 무성하고 그리고 나서, 가을이 오면 다시 더 맑은 황금빛이 되고
마침내 나뭇잎 모두 떨어지면 보라, 줄기와 가지로 나목 되어 서 있는 저 발가벗은 힘을“
테니슨의 시에 덧붙인다면 이런 글을 덧붙이고 싶다.
‘보라! 저 위대한 참나무의 힘을, 화려하지 않으나 품위가 있고, 세상의 동량을 탐하지 않으나 세상의 행복을 탐하는 저 위대한 꿈을 가진 참나무여. 묵묵히 어느 가난한 집의 흙담 벽에서 눈바람 맞으며 여러 날을 지새다가 그 가난과 순박의 따뜻한 피들에게 행복의 온기를 주고 한줌의 맑은 재로 사라지는 저 참나무를 보라!’
참나무의 향기가 필요한 대한민국이다. 누가 전 산골의 순박한 민초들을 행복하게 하는가. 참나무이다. 참나무 같은 사람들이 넘실대는 시대를 참나무연기가 피어오르는 12월의 초입에서 생각하여 본다. 벌써 첫눈이 몇 번인가 내렸었다. 12월은 참나무 향기 속에서 나를 갈무리하고 눈발에 길이 안 보이는 인적 끊긴 길을 따라 이따금 울어대는 까마귀 소리를 벗 삼아 여행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김장이 추위속에서 익듯, 이 겨울에 훌쩍 참나무 향기 피어오르는 어디론가 성숙의 시간을 보내러 떠나보자.
“눈이 내린다. 기차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 메고 나서는데 등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 살이야. 열아홉 살이야.^^“
정희성 시인의 태백산행이라는 시가 이 겨울 우리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가끔은 뒷퉁수가 따가울지라도 떠나보자. 때로 그런 용기가 이 겨울에 필요하다. 용기란 다 죽어가는 사자에게 돌팔매질하는 동네아이들의 유치한 짓거리가 아니다. 두렵지만 살아 우르렁대는 사자 앞에 우뚝 서 두려움에 떨리는 손을 들어 소리치는 자들의 단어이다. 삶의 바람소리에 용기를 가질 겨울이다. 참나무 장작의 향기가 깊은 12월의 첫날이다. 모두들 행복한 12월을 참된 시간의 향기로 보내길 바랄뿐이다.
12월 1일
남한산성 하카 사무실에서 하카 김 익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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